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F코드의 낙인 / 정재권

등록 2012-06-27 19:23

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자는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토대로 18살 이상 성인 중 519만명가량이 한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추정한다. 전체 성인의 14.4%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15.3%(79만명)만 의사 등과 상담하거나 치료를 했다고 한다. 미국(39.2%), 뉴질랜드(38.9%) 등의 상담·치료율에 견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왜 그럴까? 정신질환을 남이 알아선 안 될 수치나 비밀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주요한 이유로 거론된다. 제도적으로는 가벼운 우울증 증상만으로 병원을 찾아도 ‘에프(F)코드’가 진료기록에 남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에프코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정신질환의 질병분류기호로, 우리나라에선 조현병(정신분열) 같은 중증은 물론이고 우울증·불면증·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경증 정신질환도 에프코드로 기록한다.

에프코드가 찍혀 법적으로 정신질환자로 분류되면 후유증이 상당하다. 민간보험은 아예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 국가공무원법 등 70여개 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의사, 약사, 변호사 등의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하다. 물론 해당 법에 단서조항이 있는 등 숨통은 트여 있지만,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경험이 있다면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너대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서 간음을 한 여성이 가슴에 달고 다니는 글자 ‘에이(A)’와 다를 바 없는 사회적 낙인이다. 외국에선 대부분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만 엄격한 절차를 거쳐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엊그제 복지부가 약물치료가 없는 단순한 정신과 상담은 앞으로 에프코드로 기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새 제도의 대상자는 전체 정신질환자의 70%가 넘는다고 한다. 늦었지만 ‘현대판 주홍글씨’를 걷어낼 조그만 길이 열린 셈이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임박…논란 예상
태권도가 훌륭해서 올림픽 정식종목 됐을까
뚜껑 열고 달려…‘뉴 골프 카브리올레’의 유혹
“포경수술은 인권침해” 판결…독일 내 무슬림 ‘발끈’
4700만년 전 사랑의 안타까운 결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