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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매관매직 만세

등록 2012-08-13 19:27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권세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매관매직이 성행하는 법이다. 고려 인종 때 이자겸은 외척으로서 권세와 총애를 독차지했다. 그러자 그는 매관매직으로 부정축재를 일삼았다. 나중에는 왕위까지 엿보다 비명횡사하였다. 고려 우왕 때 권신 염흥방도 매관매직으로 치부를 하였지만 필경 최영 장군에게 목을 잃었다. 조선의 국왕 인조도 강조했듯이, 나라를 망치는 근본원인은 매관매직이다.(우복집)

관직이 권력자의 사적 소유물처럼 멋대로 거래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당나라 덕종은 어떤 사람이 진귀한 과일을 바치자 상으로 관직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재상 육지(陸贄)가 가로막았다. ‘절대 아니 됩니다. 관직은 적임자를 골라서 맡겨야지요. 황제의 마음에 들었다고 함부로 벼슬을 주다니요.’ 간언을 듣고 덕종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과연 <서경>에도 그와 같은 가르침이 있다. ‘덕을 힘써 기르는 사람에게는 관직을 주어 격려하라.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상으로 격려하라.’ 곰곰이 새겨볼 말이다.

나라에 망조가 들면 위아래가 모두 매관매직에 골몰한다. 조선왕조 말년에 고종은 덕으로 정치할 생각은 안 하고, 매관매직으로 황금을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단다. 그때 많은 선비들은 그렇게 보았다.(동영잠영록) 이를 한탄한 대신 신기선은 궁중의 매관매직을 뇌물수뢰죄라 단죄하며 눈물로 상소했다. “만약 뇌물을 근절하지 못하실 경우, 간신히 붙어 있는 나라의 명맥은 당장 끊기고 말 것입니다. 4천년 우리 강토가 외국인의 것이 되고, 2천만 백성은 포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고종실록) 신기선의 염려대로 조선은 곧 망하고 말았다.

얼마 전 여당 국회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졌다. 이제는 차명으로 후원금을 주고받았다는 둥 별소리가 다 들린다. 꼴 좋다. 권세만 믿고 금배지든 뭐든 몽땅 팔아치울 셈이었나. 망할 놈의 매관매직이 여전한 모양이다. 하기야, 꼬리만 잘라내면 몸통은 불사조처럼 되살아날 텐데 무슨 걱정이랴.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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