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의 멀티태스킹 기능이 사용자의 주의를 분산시켜 심층적 사고와 판단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가 화제였다. 그래도 손에서 좀처럼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관계와 정보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세상은 더 연결됐고,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에서만 9억명 이상이 그물처럼 연결돼 교유한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친밀한 상대와 더 쉽고 빠르게 연결될 수 있다는 요구는 정보 탐색의 필요를 추월한다. 스마트폰을 자녀들에게 사주기 꺼리던 부모들이 “친구들이 모두 카카오톡을 하는데 나만 없으면 어울릴 수가 없어요”라는 아이의 항변 앞에서 태도를 바꾸는 경우도 흔하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신호엔 휴대전화기가 오히려 관계 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가 실렸다. 영국 에식스대학의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교수팀은 처음 만나는 두 사람에게 10분 동안 최근의 흥미로운 일을 주제로 대화하도록 했다. 한 집단은 탁자에 수첩을 놓고, 다른 집단은 휴대전화기를 올려놓은 채 대화하게 한 뒤 상대에게 느낀 관계와 친밀함의 정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휴대전화기를 공간에 둔 채 대화한 집단은 비교집단에 비해서 관계와 친밀함의 정도를 낮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군가의 휴대전화가 눈에 띄는 것으로도 관계의 친밀함 정도가 떨어진다는 첫 연구다.
연구진은 휴대전화기가 상대의 넓은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해 대면하고 있는 자신과의 관계 형성을 훼방하는 구실을 한다는 의미를 보여준 연구라고 주장했다. 중요한 상대와의 대화 때는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해놓는 게 에티켓으로 통했다. 새 연구에 따르면 관계를 깊게 하고 싶거나 신뢰감을 안겨주고 싶은 상대 앞에서는 휴대전화의 존재 자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게 묘약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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