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누가 나에게 ‘이명박 5년은 ( )다’라는 퀴즈를 던진다면, 나는 괄호 안에 ‘4대강 녹조’라고 써 넣을 것이다. 저렇게 될 줄 본인만 몰랐고 모두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러면서도 저 황당무계한 일들을 4대강 녹조 바라보듯 5년 내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뒤따라온 태풍이 흩어놓아 임기 내 심판을 피해가는 절묘한 천운을 봐도 그렇지만, 5년 내내 정말 그는 하늘이 돕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여름 ‘녹조 라테’ 구경을 하게 될 것이고, 이명박 5년은 두억시니처럼 찾아와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가 쌓아올린 누란의 위기는 아마도 다음 정권에서 와르르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의 생각>을 잘 읽었다. ‘교과서적 모범답안의 짜깁기’라고 혹평하는 이도 있었지만, 나는 시종일관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이야기 전개가 좋았다. 디제이(김대중)의 저서에서 간혹 느낄 수 있는 박람강기와 현학의 위압감이 없어서 좋았고, 노무현의 장광설에 더러 박혀 있는 불필요한 도덕적 언설이 없어서 좋았다.
나는 <안철수의 생각>을 이 시대 ‘상식’들의 묶음으로 읽었다. 이 정도의 ‘상식적 비전’을 일목요연하고도 정연하게 진술할 수 있는 이가 상상만 해도 소름 돋는 ‘어떤 5년’을 막아줄 거의 유일한 가능성을 담지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책장을 덮은 나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주었다.
나는 이 책에서 안철수가 식량안보와 소농의 가치를 긍정하는 대목도 좋았지만, 과학기술분야의 지식인으로서는 드물게 원전 기술의 불완전함을 인정한 대목이 특히 좋았다. 더 나아가, 고리 1호기 사고를 언급하면서 설령 원전 기술이 완전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와 문화적 요인으로라도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대목에서 나는 살짝 감동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덥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이 상식적인 비전이 이 만신창이의 나라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상식적인’ 의구심이다. 그 각오를 다지기 위해 그동안 그는 ‘간철수’라는 오명을 들어가면서까지 뜸을 들인 것일까. 그 자신,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자’는 극히 상식적인 약속이 엉망으로 뒤틀리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의도하지 않게 링에 오르게 되었듯, 오늘날 한국의 현실 정치는 이렇게 황당한 폭력과 몰상식으로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안철수와 그의 주변에 모여 있는 점잖고 교양있는 인사들은 한국의 주류와 맞붙어 싸워야 가능한 이 상식들의 구현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힐’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일까.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안철수의 상식이 터잡은 시대적 조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안철수의 생각>은 이 대목에서 철저하지 못한 것 같다. 그는 ‘상식’을 그저 시대적 평균치로, 좀 안일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거품은 이제 터지는 일만 남았고, 금융 공황은 언제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무르익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포함해서 몇 개의 주요 수출 품목만 막혀도 우리 경제는 당장 주저앉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성장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조종이다. 그 또한 ‘국토 균형발전’을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발전시킬 국토’가 별로 남아있는 것 같지도 않다.
누가 당선되든 다음 정권 5년은 이명박 5년이 쌓아올린 것을 포함하여 격랑으로 출렁일 것이다. 나는 링에 오르기 직전의 안철수에게 ‘상식의 재구성’을 제안한다.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화가 예고되는 시대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비전이 상식의 자리를 꿰차야 한다. 자칭 ‘현실주의자’들이 경원하고 있을 바로 그 ‘이상주의’가 지금 우리에게는 절박한 생존의 원리가 되어 있다.
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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