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스크린의 총아는 <트랜스포머 3>(씨제이 배급)이었다. 열번 상영 가운데 다섯번이 이 영화였다. 나머지는 다른 블록버스터이거나 스크린쿼터 때문에 조조, 심야 시간대에 처박힌 한국 영화들이었다. 11년 동안 제작된 국산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은 그렇게 시들었다. 올 7월의 총아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었다. 10회 가운데 5회를 차지했다. 8, 9월엔 역시 쇼박스가 투자하고 배급한 <도둑들>이 그 뒤를 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각혈하듯 연일 한국 영화계의 수직계열화를 비판했다. <도둑들>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객석 점유율 45% 이상인 <피에타>는 홀대당하는데, 점유율이 15%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진짜 도둑들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 현황(영화진흥위원회 발표)을 보면, 멀티플렉스 극장은 전체 스크린의 93.4%, 관객의 98.1%를 차지했다. 4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씨지브이(씨제이 계열), 롯데시네마(롯데 계열), 메가박스, 프리머스가 차지한 스크린은 86.7%였다. 프리머스는 씨제이가 지분 8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2개 재벌과 호주 자본이 스크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국내 투자 및 배급은 씨제이와 롯데 그리고 오리온 계열의 쇼박스에 의해 독과점되고 있다. 직배사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세 영화자본은 60%에 이르는 배급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만 따지면 83%에 이른다. 중소 규모의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뉴)가 10% 안팎으로 선전하는 건 기적이다.
제작중인 감독이 경질되거나, <피에타> <밀양> 등 문제작들이 따돌림받는 건 이렇게 투자·제작·배급·유통이 모두 독점당한 결과다. “2000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한국 영화가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요즘은 괜찮은 게 없다는 말만 듣는다.”(김 감독)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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