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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개쓰레기 / 강재형

등록 2012-10-04 19:24수정 2012-10-04 21:33

황치훈 식물인간, 곽현화 애완묘, 박지선-이기광, 다나 반려견 실종, 공유 일상 공개, 이달곤 사의표명, 주연 전우치, 황영철 피소, 낸시랭 가족사, 셰일 오일 시추 성공. 어제 점심 무렵 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이다. 상위 10개 검색어 가운데 3개를 빼면 모두 연예인 얘기다. 다른 포털사이트의 ‘핫토픽 키워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문과 지상파 방송 등의 매체는 거의 다루지 않는 화제가 온라인 매체에서는 만발한다. 한 연예인의 부부싸움이 한가위를 맞아 한데 둘러앉은 식구들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남편이 울먹이며 한 “기자의 왜곡보도로 (자신은) ‘개쓰레기’가 되었다”는 인터뷰는 자막까지 입혀져 고스란히 방송되었다.

어느 케이블방송이 보도한 가십성 기사의 ‘사실’과 ‘진실’ 여부를 떠나 새삼 떠오른 게 ‘개-’의 뜻이다. 접두사 ‘개’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야생의, 질 떨어지는’(개나리, 개머루, 개오동, 개살구), ‘헛된, 쓸데없는’(개꿈, 개죽음), ‘정도가 심한, 엉망진창’(개고생, 개꼴, 개판, 개망신)의 뜻이다. 개차반은 ‘개가 먹는 음식, 즉 똥을 가리키는 말로, 행실이 더럽고 막된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이다.(다음국어사전) ‘개쓰레기’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몇년 전 통신사 광고에 ‘개고생’이 나왔을 때 갑론을박이 있었다. ‘비속어를 방송광고에 썼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방송광고심의회는 ‘표준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라면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했지만, ‘개고생’은 1920년 이후 80년 동안 어떤 신문에도 등장하지 않았고(네이버 검색 기준), 같은 시기에 나온 국어사전에도 오르지 않은 말이었다. 일상에서는 썼지만 ‘공공언어’는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21세기가 되었어도 공공언어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방송과 신문이 다루는 표현의 자유는 언어의 공공성과 나란히 할 때 제대로 굴러간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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