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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웅진 사태를 보며 / 윤석천

등록 2012-10-08 19:23

윤석천 경제평론가
윤석천 경제평론가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웅진이라면 현금 동원력이 뛰어난 회사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갱생조차 불투명한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왜일까? 회장의 말대로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불렀다. 자신들의 전문 영역이 아닌 건설·태양광 등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결국은 그룹의 숨통을 죈 셈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재계 서열 31위 중견그룹의 몰락을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보통 거대기업이 무너질 땐 특별한 기제가 작용을 하는 게 보통이다. 웅진 위기의 실제 원인은 무엇일까?

웅진 사태를 들여다보면 매우 익숙한 이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론스타’다. 사실 이 사모펀드와 웅진은 직접적 관련은 없다. 하지만 론스타가 극동건설의 전 주인이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2003년 인수해 2007년 웅진그룹에 팔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았고, 무엇보다 사고파는 시점 모두 절묘했다. 법정관리를 졸업하자마자 샀고 금융위기가 오기 직전에 팔았다. 하나, 웅진그룹 처지에서는 최악의 애물단지를 가장 좋지 않은 시점에 그것도 엄청나게 비싼 값을 주고 산 셈이다.

론스타에 의한 극동건설 운영은 말 그대로 사모펀드 자금운용의 정수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이 극동건설에서 어떤 식으로 돈을 빼갔는지를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익에 대한 과도한 배당은 기본이었고, 회사의 알토란 같은 자산을 팔아 또 챙겨갔다. 유상감자를 통한 자본회수는 너무나 당연했다. 주요 자산은 팔아버리고 배당으로 충분한 이익을 남긴 뒤,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고가에 팔아치운 이들의 수법은 머니게임의 진수를 보여준다. 가히 ‘돈놀이의 귀재’다운 솜씨였고, ‘먹튀’의 전형이었다.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비싼 값을 주고 인수한 회사가 건강할 리 만무하다. 극동건설이 웅진그룹 위기의 단초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뒤엔 론스타란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모르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에 수많은 알짜기업들이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영화란 깃발 아래 공공부문까지 이들에 점령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지하철은 물론 가스·발전소까지 이들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침투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사모펀드의 천국, ‘머니게임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모펀드는 돈놀이를 목적으로 한다. 애초 건전한 기업 운영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 공공성과 같은 가치는 성가실 뿐이다. 펀드에 출자한 자본의 이익만이 선이다. 이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본은 더이상 산업적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투기를 통한 단기적 이익 추구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새삼 주주자본주의 혹은 시장근본주의의 폐해를 논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들이 지나간 자리엔 웅진 사태에서 보듯 언젠간 터져버리는 치명적인 상흔이 남는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이들이 활개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그러나 이들을 막을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자유무역협정의 투자자-국가 소송제도까지 마련되었다. 이제 국내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누군가는 자본의 발호를 막아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경제민주화를 말할 수는 없다. 수많은 보석 같은 기업들이 웅진과 같은 운명에 처하는 걸 막을 방법도 없다.

과연 이 과업을 누가 수행해낼 수 있을까. 이 또한 차기 정권 선택의 한 가늠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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