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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여성 유권자에게 응답하라! / 이나영

등록 2012-10-16 19:21수정 2012-10-16 21:00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한 술자리에서 지인은 이번 대통령 선거가 누구를 선택할지 ‘즐거운’ 고민을 해야 하는 ‘꽃놀이패’ 같다고 했다. 지난 대선이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면 확실히 이번 선거는 최선을 고를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여성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꽃놀이패를 가늠하는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생물학적 성과 젠더 감수성 사이의 상관관계이다.

지금까지 가장 두드러진 세 후보를 간략히 살펴보자. A는 지금은 사라진 왕국의 비운의 공주님이며, B는 새로운 왕국 건설에 실패한 지난 왕국의 신하 출신이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A는 B, C와 확실한 변별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최근 A가 대통령 후보로 있는 정당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발언은 생물학적 성과 젠더 감수성 사이의 의심스러운 관계를 보여준 것 같다. 그는 스스로를 ‘재벌좌파’라 칭하더니 경제민주화를 강제로 하는 것은 역사에 역행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일자리를 스스로 창출하지 못하고 정부에 기대는 젊은이들의 수동성을 비난했다. 급기야 “고학력 여성이 ‘솥뚜껑 운전’만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신은 젖을 먹이면서도 주방에 앉아서 ‘웰빙 진생쿠키를 만들었다’고 강변한다.

가사노동을 폄하하고 있다는 단선적인 비판은 차치하고 ‘솥뚜껑 운전’이 국민 재생산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과 고학력 여성이 ‘솥뚜껑 운전’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을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쿠키를 만들려면 오븐이 필요하며, 시간도 돈도 없는 삶에 지친 누군가에게 ‘쿠키를 굽는 일’은 꿈에서나 실현될 수 있는 현실을 그는 알까?

사실 그간 많은 사람들은 한국 사회가 비교적 빠른 시일에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가시화했다고 생각하며 남녀는 이미 충분히 평등하다고 여긴다. 여성 10명 중 4명이 임노동 현장에 있으며, 각종 국가고시에서 약진하고 남학생의 대학진학률(77.6%)을 넘어선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그 증거로 채택되어 왔다. 이는 아마도 우리 어머니 세대가 솥뚜껑을 부여잡고 흘렸던 눈물의 세월을 딸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관련해 종종 망각되는 사실은 1인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더는 유지되기 어려운 경제적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계층적 하락을 경험하고 남성 가장의 임금으로는 생계가 어려운 가족이 많아짐에 따라 ‘솥뚜껑 운전’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여성들이 저임금 노동 현장으로 투입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남녀의 임금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벌어지고 있으며 여성 고용률은 53%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009년 기준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의 63.5%로 2008년 65.2%에 비해 더 벌어졌으며, 남성 비정규직의 경우 최저임금 미달 비율은 20.6%인 데 비해 여성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달 비율은 44.9%에 이른다. 세계 성별 격차 순위에서도 대한민국은 135개국 중 107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출산 및 양육을 일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유리벽과 유리천장, 각종 성희롱과 폭력에의 노출은 아마도 통계치로는 잡아내기조차 힘든 감춰진 여성의 경험일 것이다.

자, 이제 여성 유권자들은 여성 후보와 여성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게 진정성 있는 답변을 바란다. 진정 본인들이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이며 무슨 일을 실제로 할 수 있으신지. 부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진부한 헛발질만은 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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