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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팍팍할수록 배우고 가르치기 / 김윤자

등록 2012-10-17 19:22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최근 한 조사에서 학생들이 가장 되고 싶어하는 직업 첫째로 교사가 꼽혔단다.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해석하지만 어쨌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고생 시절 우연히 유명한 로버트 카파의 사진 ‘스페인 인민전선 병사의 죽음’을 본 이래 나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총통의 독재에 맞선 코르도바 전선에서 한 병사가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순간을 찍은 그 사진, 생과 사가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 기자의 현장성은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 강렬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그러나 드디어 기자가 되어 가슴이 벅차오른 것도 잠시, 80년 언론인 대량해직에 끼어 신문사를 떠나야 했다.

교수가 되리라는 생각은 처음 내 인생 프로그램에는 없었던 만큼 교수가 된 첫 학기 나는 적잖이 긴장하였다. 가장 큰 걱정은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개성 다양한 저 학생들을 ‘교육자로서’(!) 잘 품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머님은 그때 “넌 어렸을 때 소꿉장난할 때도 학교장난을 좋아했어”, 다소 억지스러운 격려를 하셨더랬다. 그러나 그 격려는 큰 힘이 되어 혼란스럽고 지칠 때마다 지금도 여전히 위로가 된다.

그런데 교육이란 직업은 그 속성상 가르치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매우 힘든 직업인 듯싶다. 또 가르치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저절로 생겨나기 마련인 것이 가르치는 직업의 속성이 아닐까도 싶다. “어리석은 이는 가르치려 하고 현명한 이는 배우려 한다”는 격언이나 “가르친다는 것은 곧 배우는 것”이라는 격언은 지금도 매 학기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곧잘 하는 말이다.

사실 경제적 불평등이 각국 경제를 저성장의 덫에 빠뜨리고 있는 지금, 교육은 그 유효한 돌파구이다. 소득 양극화는 이념의 양극화를 낳아 법안 통과율을 낮추고 의회정치를 통한 타협의 기능을 현저히 축소시킨다고 하니, 소득 양극화는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정치적 비용도 매우 높여놓은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유럽의 재정위기와 국제 금융불안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수기반의 확대가 향후 한국의 경제안정과 민주주의 발전에 열쇠가 되리라고들 한다.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당장 해외시장에서 내수시장으로 성장동력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길도, 유일한 길도 아니지만 전략적 안정기반으로서 내수기반은 더 늦기 전에 갖추어야 할 과제다.

그런데 내수기반의 확보는 교육, 복지시설의 확충 등 사회안전망의 확보와 불가분이다. 사회안전망이 확보되어야 기대소득이 안정화되고 이에 따라 민간소비가 확대되어 내수시장이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은 사회구성원의 잠재능력을 개발하여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사회적 인프라다. 교육은 또 사회복지의 중추이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노동력의 생산을 통해 경제성장의 질을 높인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고도성장과 산업구조의 변화로 더 많은 상위 직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도 교육을 통해 이런 일자리에 대한 접근이 가능했다. 그런데 고도성장 시대가 끝나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성장이 그만한 고용창출을 동반하지 못하게 되자 부모의 경제력이 사교육 시장을 통해 자녀의 교육, 특히 교육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것은 다시 대기업 정규직 취업을 약속받는 학벌 서열로 이어졌다.

따라서 사회적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강화하여 교육에서의 경제적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왕이면 학생들이 안정성뿐만 아니라 보람 때문에, 즐거움 때문에 교사를 선호하는 교육환경이 어서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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