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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투표율, 마지막 승부 / 장덕진

등록 2012-10-21 19:19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갤럽의 가장 최근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36%, 안철수 27%, 문재인 20%이고, 부동층이 16%이다. 다른 기관들의 조사 결과도 큰 흐름은 거의 같다. 삼자 대결이면 야권 필패다. 단일화하면? 박근혜 대 안철수의 구도에서는 43% 대 48%, 박근혜 대 문재인의 구도에서는 45% 대 46%이고 두 경우 모두 부동층은 9%에 머문다. 외연 확장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지지율의 움직임을 보면 세 후보 모두 외연 확장 가능성이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외연 확장의 일차적 대상이 될 부동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야권 두 후보 중 어느 쪽으로 단일화되더라도 각 후보 지지자의 20%는 박근혜 지지로 이동한다.

박빙의 혼전에서 외연 확장의 여지도 별로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상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도덕성, 참신함, 새로운 정치 등의 가치에 크게 기대고 있는 야권 후보들은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를 구사하는 순간 본인의 지지율도 동시에 까먹게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네거티브는 정치혐오를 부추기기 때문에 전체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다.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이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돌이켜보라.

다른 하나는 야권 후보 지지자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다. 보수독점의 한국 정치에서 젊고 진보적인 경제적 약자들의 투표율은 유난히 낮다. 이들은 대체로 지금의 야권 후보 지지자들의 특성과 일치한다. 양자 대결 지지율에서는 야권 후보가 아슬아슬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야권 후보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조사결과는 실제로는 박근혜 승리를 알리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18대 총선에서 60살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65.5%)과 20대 후반 유권자의 투표율(24.2%)은 무려 41.3%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그런데 소셜 선거가 등장한 2010년 이후 투표율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총선을 기준으로 할 때 투표율 상승의 현실적 한계는 70% 정도이다. 19대 총선에서 전체 투표율은 8.2%포인트 상승했다. 더 올라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이미 투표율이 높았던 60살 이상 유권자들은 3.1%포인트 상승한 68.6%라는 놀라운 투표율을 보여주었다. 18대 총선에서 24.2%로 최저 투표율을 보였던 20대 후반은 37.9%로 전번 대비 13.7%포인트 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승분만 가지고 단순 비교하면 60살 이상 유권자에 비해 네 배 이상 올랐지만, 투표율 상승 한계치에 비해 보면 아직도 올라갈 공간이 30%포인트 이상 남아 있다. 이런 양상은 세대적으로뿐만 아니라 서민층 유권자나 진보적 유권자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승부처는 분명하다. 그들이 투표소로 나와서 응답하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제도정치에서 배제되어 있었던 젊고 진보적인 경제적 약자들은 네거티브에 반응하지 않는다. 정책 경쟁이 필요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치 않다. 그들이 응답하기 위해서는 몸소 현장에서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 정당정치의 가치를 대표하는 문재인 후보는 바로 그 정당이 젊고 진보적인 경제적 약자들을 홀대해온 역사 때문에 그들을 불러내지 못하고 있다. 낡은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대안이 된 안철수 후보는 그들을 홀대한 적은 없지만 그들과 연대한 적도 없기 때문에 충분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불러낼 수 있는가. 어쩌면 단일화보다 더 중요한 마지막 승부인지도 모른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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