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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문재인 후보가 해야 할 일 / 김동춘

등록 2012-10-22 19:25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문재인 후보 쪽은 친노 핵심 몇 사람을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참여정부를 제대로 복기해보자고 제안하면서 “참여정부는 재벌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시장만능주의가 시대적 조류였던 내부적 환경만을 탓할 수는 없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역량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친노 몇 사람 물러나고, 문 후보가 공무원 노조와 호남사람들에게 사과한다고 답보상태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 같지가 않다.

우리는 “참여정부는 왜 못했는가? 어떤 역량이 부족했는가?”를 재차 물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정권교체가 의미심장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의 공약이 지켜질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실패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한 교원노조 파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오바마의 오른팔인 민주당 교육수장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교원노조가 반발함으로써 오바마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초기 화물연대의 파업이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고, 그 이후의 노동탄압정책이 노조를 돌아서게 만든 것과 유사하다. 아무리 개혁의 진정성을 강조해도 그 잠재 지지세력을 실망하게 만든다면 결국 청와대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실 참여정부 주역들의 입장에서 보면 야속한 심정이 클 것이다. 당은 멀찌감치 서서 구경만 하고 있고, 노동·시민사회세력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거나 조급하게 요구하고, 재벌과 외교·경제부처 관료들은 협박을 하고 있다면, 그 중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입지는 거의 없는 셈이고 모든 개혁작업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진보정당과 노조세력이 극히 취약하거나 아예 입지가 없는 한국에서 중도개혁세력이 처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참여정부의 복기’, 사실 너무 늦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신자유주의 조류를 반박할 세력 동원을 하지 못했는지, 왜 삼성의 의제와 경제 관료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지금이라면 어떻게 달리할 것인지 말해야 한다. 물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크게 실망하면서도 야권 후보에게 환호하지 못하는 수많은 중도세력이 있고, 그들을 투표장에 오도록 하지 못하는 한 야권이 집권하기는 힘들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우리는 참여정부의 좌초 이유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한국에는 여야 정치세력 위에 국가계급이 존재한다. 보수언론과 검찰, 사법부는 정치권 밖에 있는 사실상의 정치집단이다. 인적 구성과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이 집단은 군사독재 시절 이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의 방해 때문에 야권 후보가 단일화되더라도 대선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지만, 설사 승리하더라도 그들에게 또다시 포위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을 어떻게 변화시켜 수권정당으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할 것인지, 어떻게 시민의 힘을 동원하여 반개혁세력을 제압할 것인지 방책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보다 더 많은 국민이 이제 성장보다 복지와 분배를 택하고, 재벌개혁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구시대의 막내’의 과오를 더 과감히 인정하고 ‘새 시대의 첫 주자’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설사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못 내는 불임정당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사는 길이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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