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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아빠와 아들 / 구본권

등록 2012-10-24 19:28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아빠와 아들’이란 코너가 있다. 먹을 것을 유난스레 밝히는 아빠와 아들이 음식을 놓고 벌이는 에피소드를 부자지간의 친근함이 담뿍 느껴지게 그려낸다. 생김새나 몸집, 식탐까지 그대로인 아빠와 아들의 닮은꼴에 절로 웃음이 쏟아지는 코너다.

부전자전, 부자유친, 천륜으로 불려온 아비와 아들의 자별한 관계는 실정법과 인륜 사이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낳기도 한다. <논어> 자로편에는 양을 훔친 아비를 고발한 아들이 나온다. 섭공이 자기 고을에 사는 이 청년의 정직함을 자랑하자, 공자는 “우리 고을에서 곧은 자는 아비가 자식을 위하여 그 허물을 숨겨주고 자식은 아비를 위하여 감춘다”고 나무란다. <한비자> 오두편은 반대로 본다. 초나라 재상이 아비의 도둑질을 고발한 아들을 불효라며 처형한 이후 초나라에서 비리 신고가 사라졌다는 게 한비자의 한탄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덕의 정치와 법치주의 사이에서 벌어진 심오한 정치철학 논쟁이다.

이명박 대통령 부자의 돈독한 관계는 익히 알려진 바다. 서울시장 아버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 아들에게 국민적 영웅이던 세계적 축구감독과 사진을 찍게 해주고, 관련 업무전문성이 없어 보이는 아들에게 자신 소유의 빌딩관리회사에 취업시켜 빌딩 관리 명목으로 월 수백만원씩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대선 국면에서 입길에 올랐다.

공직자재산공개법,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가 엄연한 나라에서 아버지 쪽과 아들 쪽이 누구의 허물인가를 두고 내놓는 해명은 저열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더욱이 양 한 마리를 훔친 2500년 전 초나라 범부가 아니라 퇴임 뒤가 법으로 보장된 민주국가의 최고권력자 부자가 그 주인공이 된 형국을, 아비이면서 아들인 뭇사람의 하나로서 지켜보기 못내 씁쓸하다.

구본권 온라인에디터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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