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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저성장 시대, 무엇을 해야 하나 / 윤석천

등록 2012-10-29 19:16

윤석천 경제평론가
윤석천 경제평론가
‘저성장’이 화두다. 올해 3분기 성장률 때문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1.6%, 전 분기와 비교해선 0.2% 성장에 그쳤으니 거의 제로 성장이다.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거하면 실제론 마이너스 성장이다. 드문 일이다. 특히, 외생변수가 아닌 내부 문제로 성장률이 주저앉은 건 카드사태 때를 빼곤 이번이 처음이다. 석유파동/외환위기/금융위기 당시에도 2% 이하의 성장을 했다. 하지만 모두 돌발적 외생변수 때문이었다. 지금과는 내용이 다르다. 시끄러울 만도 하다.

하나 이 정도면 족하다. 바뀔 게 없기 때문이다. 부러 목소리를 높여 공포감을 조장할 이유가 아니라면 말이다. 혹여 위기감을 고조시켜 경제민주화의 흐름을 바꾸려는 의도라면 더욱 그렇다. 저성장이 추세가 될 것이란 건 경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한국의 저성장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기에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작금의 저성장은 수출의존형 경제체제의 숙명이다. 성장의 동력을 내부가 아닌 외부의 흐름에 내맡긴 결과이다. 현재 한국의 주된 수출국 모두가 고전하고 있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별반 나을 게 없다. 미국은 한술 더 뜬다. 보호무역 조짐마저 보인다. 한마디로, 수출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이러니 성장률 둔화는 당연하다. 설상가상 글로벌 경기침체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성장의 또다른 축인 소비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나 신용평가사가 어찌 보든, 한국의 부채 상황은 위태롭다. 특히, 가계 부채 수준은 심각하다. 이런 마당에 소비는 언감생심이다. 빚 갚기도 바쁘다. 게다가 자산가격마저 폭락하고 있어 ‘부의 효과’마저 기대할 수 없다. 기업은 또 어떤가. 극소수를 제외하곤 부채에 허리가 휘고 있다. 당연히, 투자 또한 원활할 리 없다. 이른바 대차대조표 불황의 시작이다. 길고 긴 부채축소 과정의 초입이다. 자산가격 하락에 대응해 빚을 줄이는 데 몰두하는 현실에서 소비와 투자를 말해봐야 공염불이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는 이미 고도성장 단계를 지났다. 때문에 설사 위의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된다 해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1980년대의 고도성장을 바라는 건 어리석다. 중국과 같은 신흥국을 보며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경제가 고도화되면 성장률이 둔화되는 건 당연하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고성장을 한다 해도 현재와 같은 구조라면 의미가 없다. 극소수에 편중된 성장인데다 그 과실마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몇십년이 그랬듯 양극화와 불평등만을 가중시키는 성장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파이를 키워 더 많은 몫을 나눠주겠다는 거짓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성장을 해야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협박도 이제 끝내야 한다.

성장을 통해 파이를 늘릴 수 있는 시대는 갔다. 저성장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부턴 공정한 파이 배분에 집중해야 한다.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다수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몫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들의 소비 여력을 늘려주는 게 저성장 시대의 거의 유일한 탈출구이다. 그래야 그나마 성장이라도 지속할 수 있다.

저성장은 창피한 일도, 악도 아니다. 오히려 고성장 시대의 그늘을 치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걸 해낸 국가는 이른바 선진국이 되었다. 반대로 실패한 국가는 오히려 퇴보했다. 이게 저성장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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