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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쿠바 봉쇄 50년 / 정재권

등록 2012-12-03 19:23

1962년 10월22일 존 에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발표를 했다. 플로리다반도에서 남쪽으로 20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공산국가 쿠바에서 소련이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케네디는 쿠바에서 핵무기가 발사될 경우 미국도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며, 쿠바를 둘러싼 해상 900여㎞를 무력으로 봉쇄한다고 선언했다. 50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지속되고 있는 쿠바 봉쇄의 시작이었다.

그 뒤 미국은 동맹국들을 동원한 다양한 정책으로 쿠바를 옥죄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1996년 제정한 ‘헬름스-버턴 법’이다. 이 법은 쿠바와 상거래를 하는 국가나 개인에게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봉쇄의 결과로 쿠바는 2011년 12월까지 모두 1조660억달러의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어떨까. 쿠바 봉쇄 50돌이 얼마 지나지 않은 11월13일 유엔총회에선 쿠바에 대한 경제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결과는 찬성 188표, 반대 3표, 기권 2표였다. 반대표를 행사한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팔라우뿐이었다. 미국이 제 나라 이익에 몰두해 주도하는 ‘힘의 외교’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징표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1959년 쿠바 혁명을 이끈 전설적 혁명가 체 게바라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체 게바라-뉴맨>이 11월29일 개봉했다.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게바라의 맏딸 알레이다 게바라는 서울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쿠바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 외부세력은 우리를 붕괴시킬 수 없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와 가치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새로운 성찰을 촉구하는 메시지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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