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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느린 우체통 / 이근영

등록 2012-12-04 20:51

내년 연하우표를 발행했다는 소식이 한 해가 저묾을 실감케 한다. 계사년이라 ‘귀여운’ 뱀 그림 우표다. 2001년 말 그림으로 시작한 간지 열두 동물 연하우표 시리즈의 막둥이다.

우표는 1840년 영국에서 발명됐다. 당시에는 편지를 받는 사람이 비싼 돈을 냈다고 한다. 돈이 없으면 편지를 물렸다 나중에 받아야 했다. 영국의 교육자 롤런드 힐은 새 우표제도를 제안했고, 3년의 논쟁 끝에 정부는 빅토리아 여왕의 재가를 받아 우표 발행을 시작했다. 여왕의 옆모습이 담긴 최초의 1페니짜리 검은색 우표는 ‘페니 블랙’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우리나라에 우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84년 개화파인 홍영식이 우정총국을 개설하면서다. 11월18일 개국에 맞춰 5종의 우표를 발매할 계획이었으나, 일본 대장성인쇄국에 의뢰한 우표 가운데 2종만이 도착했다. 업무를 시작한 지 18일째인 12월4일 우정국 개설 축하잔치를 기화로 홍영식·김옥균·박영효·서재필·이상재 등이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3일 만에 실패하면서 나머지 3종의 우표는 영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45년 광복의 기쁨도 잠시, 둘로 나뉜 남과 북이 1946년 3월15일 시작한 남북 우편물 교환은 1950년 6월22일까지 169차례 이어지다 한국전쟁과 함께 단절되고 말았다. 동서독은 1976년 우편통신 협정 체결을 계기로 연간 서신 2억통, 소포 3600만건을 주고받으며 통일의 터를 다졌다.

전자우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으로 우표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2005년 2억7000만여장이던 우표 발행량은 2010년 1억4000만여장으로 줄었다. 서울 종로 우정국 터에 자리잡은 체신기념관에는 1년 뒤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이 있다. 해를 보내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을 넣어봄 직하다. 우표 한 장에 270원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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