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군의 기세가 뜨겁던 1890년대 초, 고종은 밤마다 궁궐에 전등불을 켜고 악사들을 불러들였다. 광화문 무너지는 꿈에 잠을 설치던 그의 심기를 다독인 것이 아리랑타령이었다. 지사 황현은 <매천야록>에 광대 무리를 이끌고 펼친 아리랑 무대가 일인들이 궁에 난입해 명성황후를 해친 1894년 그쳤다고 적었다.
근대 아리랑은 희비극적 사건과 함께 흘러갔다. 학계 일부에서는 1860년대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공사에 끌려온 민중들 속요를 근대 아리랑의 시발로 본다.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난다’는 뜻의 ‘아난이’(我難離)란 후렴구를 붙여 노래한 게 퍼졌다는 이야기다. ‘날 버리고 가시는 님은…’이란 가사로 유명한 ‘본조아리랑’도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서 순사 앞잡이를 죽인 주인공이 끌려가는 장면에 흐르면서 널리 알려졌다.
아리랑의 기원·전승은 카오스 자체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 왕비 알영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등 20개 넘는 기원설이 있다. 정선, 진도, 밀양 등 각지 속요와 중국 조선족 아리랑이 전승되며, 북한 가무 대공연 ‘아리랑’, 남한 대중가요까지 그 자장의 끝을 알 수 없다. 기본 세마치 박자에 후렴구 따라 어떤 상황이든 새 ‘버전’을 빚어내는 유연성과 울림 덕분일 것이다. 혁명가 김산의 일대기 <아리랑>을 지은 님 웨일스는 “자유와 해방을 향한 인본주의 사상의 발로”라고도 했다.
유네스코가 오늘 아리랑의 세계 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발표한다. 한 달 전 만장일치로 등재 권고를 받아 등재가 유력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리랑은 여전히 서글프다. 인터넷 검색창의 판 박은 설명 외에 체계적인 개설서 하나 없고 연구도 빈약하다. 중국의 자국 유산 지정에 흥분하기보다, 국립 연구기관, 종합 연구단 설치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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