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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50 / 임범

등록 2012-12-24 19:15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쉰 살이 되니 ‘50’이라는 숫자가 자꾸만 눈에 띈다. 몇 달 전 개봉한 <007 스카이폴>은 007 시리즈 첫 영화가 개봉한 지 50년 만에 나왔다. 이 시리즈도 50살인 셈이다. 50살이면 그런 건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주인공은 물론 악당까지도 냉전시대를 그리워한다. 현실에선 퇴물 취급을 받는 이들이 자기 존재증명을 하겠다고, 구식 무기인 엽총과 칼을 들고 싸운다. 향수를 내세우면서 그 향수와 싸우는 묘한 영화였다.

얼마 전 개봉한 <레미제라블>도 향수를 자극했다. 아니, 향수는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대선의 영향일까. 프랑스 혁명의 시가전이 나오는 장면에서 떠오른 건 지나간 시대가 아닌 동시대였다. 여하튼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는 50대에 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에 반대했다가 망명해 이 소설을 썼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주인공 장 발장은 인생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딸을 약혼자에게 넘겨주고 삶을 마감한다. 나이 들었어도 제임스 본드, 장 발장 모두 올바른 길을 간다.

인생에서 50은 어떤 나이일까. 중국철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물었다. 논어에 ‘50에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고. 그 친구 말이 ‘40에 불혹(不惑)’이나 ‘60에 이순(耳順)’은 해석이 분명한데, ‘천명’을 두고서는 옛날 선비들도 해석을 어려워했다고 한다. 그 친구의 장황한 설명을 나는 이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사의 인과관계가 결코 단순하지 않으니 끝까지 탐구하라’라고.

대선 뒤에 다시 또 50이라는 숫자가 논란이 된다. 대학 때 긴급조치, 광주항쟁을 겪은 지금의 50대가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줬으니 말이다. 그걸 두고 나오는 이런저런 해석 중의 하나가, 문재인 캠프가 50대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줄 공약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건데, 나는 거기에 동의가 되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여건이 좋을 때는 한국 경제도 좋았고, 아닐 땐 나빴던 게 대부분이지, 한국 정부의 독자 정책에 의해 경기가 좌우됐던 경우가 얼마나 될까. 다만 부자들의 세금 늘리고 재벌 규제 강화하겠다는 야당이 집권하면 부자들이 돈을 안 푸니까 상대적으로 경제가 빡빡해졌던 것 아닐까. 오십이 된 사람들은 그걸 생리적으로 알 거다. 그러니 경제 문제 때문에 50대가 그랬다고 한다면 애초에 끝난 게임이라는 거다.

그런 불리함을 안고서 야당이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게, 아니 내세워야 하는 게 민주주의의 초심 아닐까. 검찰, 금감원, 공영방송은 물론 언론 등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 경제와 민주주의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경제의 성과는 쉽지 않고 역작용 부작용도 많다는 걸 50대가 알고 있다는 거다. 내 주변 50대들의 말이다. 여당 찍은 이들은 이랬다. 누가 집권해도 민주주의의 문제는 거기서 거기더라, 그러니 먹고살기 조금 나은(나아 보이는) 여당을 찍었다고. 반대로 야당 찍은 이들은 그랬다. 누가 집권해도 경제는 거기서 거기더라. 그러니 민주주의를 더 실현할(최소한 그러겠다고 말하는) 야당을 찍었다고. 정권교체를 바란다면 후자를 늘리는 게 정답 아닐까.

내 또래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80년대 초반 대학생은 모두 학생운동 한 것처럼 보이지만, 스펙 쌓기에 몰두한 이도 많았다. 그 둘이 기억하는 80년대가 다를 거다. 동갑내기끼리도 이런데 50대의 공통점을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정답과 해답은 같은 말 같지만 어감이 다르다. 보통은 해답이 정답이다. 즉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올바른 답이다. 하지만 가끔은 정답이 해답이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올바른 답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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