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무등산 / 김종구

등록 2012-12-30 19:24

다산 정약용은 열일곱살 때 화순현감인 아버지를 따라 이 지역에 머무는 동안 무등산을 등반한 적이 있다. 무등산에 가게 된 연유가 재미있다. 화순 적벽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돼 조익현이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적벽의 뛰어난 경치는 여자가 화장을 한 것과 같다. 붉고 푸르게 분을 바른 모습은 비록 눈을 즐겁게 할 수는 있으나 가슴속의 회포를 열고 기지(氣志)를 펼 수는 없는 법”이라며 무등산 등반을 권유한다. 그래서 무등산을 다녀와 남긴 글이 기행문 ‘유서석산기’(遊瑞石山記)와 시 ‘등서석산’(登瑞石山)이다.

다산의 글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무등산은 예전에는 주로 ‘서석산’으로 불렸다. 무등산의 어원을 놓고 수많은 설이 있지만 ‘무돌’ 즉 ‘무지개를 뿜는 돌’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하나다. ‘상서로운 돌’이라는 뜻의 서석(瑞石)은 ‘무돌’의 한자식 표기라는 이야기다.

무등산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어머니나 고향 같은 산이지만 이 산이 갖는 각별한 의미는 단순히 한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무등산이 토해낸 역사적 사건들은 바로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사였다”고 박석무는 적었다. 무등산이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공교롭게도 대선에서 ‘무등의 정신’이 좌절을 겪은 직후다.

다산의 ‘유서석산기’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벼락과 번개, 구름과 비의 변화가 항상 이 산의 허리에서 일어나서 자욱하게 아래로 내려가는데 산 위에는 그대로 푸른 하늘” “중봉의 정상에 서면 표연히 세상을 가벼이 보고 홀로 신선이 되어 날아가고픈 마음이 드니 인생의 고락이란 마음에 둘 것이 못 됨을 깨닫는다.” 꼭 무등산이 아니어도 좋다. 새해 새 아침, 어느 산에나 올라가 보자. 그리고 일희일비하는 마음을 훌훌 벗어던지자. 두꺼운 구름장 위 저편에는 언제나 푸른 하늘이 있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나는 시부모에게 결투신청 하기 싫어요
‘교주 박정희’는 1원이라도 내셨는가
신혼여행 다녀오니 ‘해고’…“넌 결혼하지 마!”
당신의 하루 식사에 쓴 물, 욕조 15개 분량
KT, 제주 7대 경관 선정 의혹 제기 ‘공익제보자’ 해고
“추운데 빨리 들어와요”… MB, 1층 현관서 당선인 맞아
부당 내부거래에…돈봉투에…‘자격 미달’ 인수위 청년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