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20세기 초 미국에는 노동법 전문가, 언론인, 평화운동가,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치열하게 산 사람이 있었다. 한때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인”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인의 회고에 따르면 소규모건 구름 같은 청중 앞에서건 그가 말을 하면 사람들의 심장이 뛰었다. 그는 “자유로운 여성의 상징”이었다.
뉴욕주의 위촉을 받아 원고를 작성한 크리스털 이스트먼의 보고서 <노동 사고와 법>은 유럽에 비해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정이 느슨하던 당시 재해 노동자의 보상에 관해 고전의 위치를 차지했다. 저명한 사회주의자였던 동생 맥스 이스트먼과는 정치와 예술에 관한 잡지 <해방자>를 창간해 편집자로 활약했다. 1차대전 당시에는 여성평화당을 창당해 뉴욕 지부를 맡았다. 그것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여성 평화 조직인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 국제연맹’의 전신이다. 그는 미국이 유럽과의 전쟁은 물론이고 멕시코와의 전쟁에도 반대했다. 무기상이 전쟁에서 부당 이익을 챙기는 것을 막으려 했고, 징병제에도 반대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성 참정권 획득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다. 여성 투표권을 확보한 수정 헌법 제19조에도 기여했던 그는 참정권을 더욱 현실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평등권 수정 헌법”을 기안했다. 이스트먼이 세상을 떠난 지 40여년이 지난 1972년 그것은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해 효력을 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뒤늦게 나타날 적을 알 길이 없었다. 보수주의자 슐래플리는 여성이 평등권을 획득하면 전업주부로서 누리는 혜택이 사라진다는 논리를 펼쳤고, 여러 주에서 승인을 취소함으로써 채택이 철회되었다. 스스로는 전업주부이면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슐래플리의 모순을 보면 보수주의자들의 행태는 어디서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활발했던 활동과 당대의 평가에 비해 거의 50년 동안 이스트먼에 대한 역사적 연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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