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부동산 투기, 병역 비리, 탈세 등 이른바 ‘청문회 3종 세트’에는 들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어느새 논문 표절은 만약 ‘4종 세트’를 만든다면 유력한 후보일 정도로 흔한 논란거리가 되었다. 논문 표절은 왜 근절되지 않을까. 여기에는 최소한 세 가지의 진실이 뒤섞여 있다.
우선 교수 등 연구자들의 논문 표절이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경우 표절이 가능한 것은 담론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자연과학과는 달리 이쪽 분야에서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풀어야 할 문제들은 사회마다 모두 다르다. 표절 문제가 불거지면 으레 해당 학계는 그것도 모르고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비난을 듣게 되는데, 사실은 담론 실종 상황에서 다른 연구자의 표절을 알아챈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된다. 사회과학의 시대라고 불리던 1980년대 한국은 지금보다 학문 국제화의 수준은 낮았지만 공유된 담론, 즉 함께 풀어야 할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한 천착은 지금보다 훨씬 뛰어났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공통된 논쟁에 참여하고 있었고, 따라서 누군가가 표절을 한다면 금방 알 수 있었다. 대학 경쟁력과 국제화라는 명분 아래 연구비와 논문 점수를 비교당하며 연구라는 창의적 작업조차 신자유주의적으로 진행되는 지금은 함께 풀어야 할 담론 같은 건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누군가가 표절을 하더라도 그것을 감지하기는 어렵다.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기업인, 연예인 등 유명인의 표절은 이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이들은 대개 전업으로 대학원을 다니기보다는 각 대학에서 운영하는 고위자 과정 등을 통해 학위를 취득하고, 그것은 그들의 경력에 보태지는 한 줄과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인맥으로 남는다. 이들의 학위논문은 거의 대부분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과는 무관하고, 학위를 수여해도 될 최소한의 구색을 맞췄는지를 보는 수준이다. 따라서 그들의 학위논문을 학문적인 목적으로 찾아 읽을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하고, 대부분 해당 대학의 도서관으로 보내진 뒤 수십년이 지나도록 단 한번도 대출되지 않고 서가의 같은 자리에 꽂혀 있는 운명을 맞게 된다. 표절이 발각된 유명인들이 그게 표절인 줄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학위는 받았지만 공부는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무엇이 표절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전문 연구자나 유명인만 표절을 할까? 내 경험으로는 일반인도 표절을 한다. 다만 걸릴 기회가 없기 때문에 걸리지 않을 뿐이다. 특히 승진에 도움을 받기 위해 짬짬이 학교를 다녀 학위를 취득하는 일이 많은 직종의 경우 표절, 집필 대행, 혹은 분석 대행 등의 학문적 비양심은 더 자주 발견된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대학의 주변에는 얼마를 주면 분석을 대신 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소문도 돌아다닌다. 과거에 나는 이런 대학의 논문 심사에 참여했다가 같은 학기에 제출된 여러 편의 논문들이 우연히도 다 똑같은 분석 방법을 사용했고, 우연히도 그 분석 방법이 다 똑같은 방식으로 틀렸다는 것을 발견한 적도 있다. 아마도 분석 대행 업체의 실수였을 것이고, 그들은 다 다른 방식으로 분석을 다시 하고 나서야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논문 표절을 다 잡아낸다면 아마도 수십만 건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국제화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담론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소중히 해야 한다. 예산도 부족하고 인맥도 필요한 대학의 사정을 알지만 대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틀 안에서 그런 일들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두가 공범이면서 걸리면 문제가 되는 지루한 게임이 반복될 뿐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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