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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체첸 형제와 김정은 / 김의겸

등록 2013-04-23 19:14

6·15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을 직접 만나본 한 인사에게 들은 얘기다. 그가 물었다. “미사일은 왜 쏘는 겁니까?” 대답은 이랬다. “진짜로 미국을 건드렸다가는 공화국이 바로 없어집니다. 하지만 미사일이라도 만지작거려야 미국이 우리를 상대해주지, 안 그러면 어디 쳐다나 봅니까.”

지난해 12월 인공위성 발사로 시작한 김정은의 긴장고조도 같은 연장선에 놓여 있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인데, 여전히 이어지는 압박과 냉대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오바마의 전화를 기다린다는 김정은의 말에는 “제발 나를 좀 봐줘”라는 간절함마저 배어 있다.

미국의 멸시가 대외적으로 ‘북한’을 낳았다면, 보스턴 테러는 ‘국내판’이다. 이들 형제는 보스턴 뒷골목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소수민족으로서 소외와 분노를 키웠고 이슬람은 행동할 명분을 주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을 향한 이런 절규들이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껏 흥행에 성공했다. 세계 언론이 몰려들고, 한반도 위기 상황이 생중계로 보도됐다. 하지만 보스턴 테러 이후 북한 뉴스가 사라졌다. 별명이 ‘전쟁 개시자’인 <엔비시>(NBC) 종군기자가 한국을 떠났고, <에이비시>(ABC)는 판문점에서 리포트하던 기자를 보스턴으로 돌려버렸다. 테러의 최대 피해자는 엉뚱하게도 김정은인 셈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0년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을 방문한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해 미사일 문제뿐만 아니라 북-미 수교 등을 일괄타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끝내 북한을 찾지 못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가 꼬이면서 클린턴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관심 끌기에 실패할 경우, 포기보다는 상황을 더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네 번째 핵실험과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걱정되는 이유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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