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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 성연철

등록 2013-05-02 19:01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얼마 전 홍콩 언론에 단신이 하나 보도됐다. 200자 원고지 2장 분량의 이 기사는 여론조사 중단 해프닝을 소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산하 인민논단은 누리집에서 3가지 문항으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했다. ‘당신은 중국 공산당이 용기와 지혜로 개혁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중국 공산당이 인민을 이끌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중국 (공산당) 일당 집정 제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론조사를 주관한 곳이 당 기관지 산하 기관인 걸 고려하더라도 질문 속에 이미 답이 반쯤은 삐져나온 듯한 이 여론조사는 끝을 맺지 못했다. ‘출제자의 의도’와 달리 조사에 응한 3000여명의 누리꾼은 3개 문항에 모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80%가 넘는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졌다. 여론조사는 황급히 중단됐다. 누리꾼 대부분이 젊은 세대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 패착이라면 패착이었을 것이다.

몇몇 중국인들에게 이 여론조사 이야길 던져봤다. 반응은 연령대에 따라 확연히 갈렸다.

한 중년 남성은 “젊은 애들이 뭘 모른다”고 일축했다. “옛날 우리 땐 얼마나 먹고살기가 어려웠는지 젊은 사람들이 알 리가 없다. 중국이 지금 얼마나 발전했느냐. 공산당 아니면 이렇게 인구 많고 땅 넓은 나라를 이만큼이라도 끌고 왔겠느냐.” 이들에게 공산당은 적잖은 과오가 있고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절대빈곤에서 여기까지 끌어올린 ‘공(功)7 과(過)3’의 존재인 것 같았다.

젊은 세대들은 달랐다. 란저우 출신의 한 20대 여성 회사원은 “윗세대와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것과 바라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한 ‘바링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는 “인민논단의 질문은 마오쩌둥 시대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시민으로서 참정권을 포함한 권리 행사에 관심이 많다. 공안과 파출소 등 관공서의 ‘말하면 들으라’는 권위적인 태도는 사람을 질리게 한다. 널리 퍼진 공무원의 부정부패와 이를 신고해도 막는 모습을 보면 세금을 내서 해주는 게 뭔가 싶다”고 말했다.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의 궁핍과 1960~70년대를 관통한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체험한 기성세대와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대부분 외둥이로 자라며 권리와 존중을 체득한 이들의 정권에 대한 기대치와 바람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잠시 공허한 상상력을 발휘해본다. 선거까진 아니더라도 중국에 최소한 공산당에 대한 중간평가라도 있다면 결과는 세대 차에 따라 어떻게 나타날까? 20~30대 65%가량은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고, 반대로 50~60대는 65%가 여당 후보에게 투표를 한(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한국의 18대 대선처럼 현저한 ‘세대 투표’ 양상이 나타날까? 1989년 6·4 천안문 광장을 겪은 중국의 486세대는 어떤 투표 성향을 보일까? 상상만 해도 몇날며칠이 모자랄 이야깃거리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이다. 공산당의 집권은 누리꾼의 찬반에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중국을 양대 강국(G2)으로 끌어올린 8000만 엘리트 집단 앞엔 젊은 세대의 요구를 스스로 알아내고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가 있을 따름이다. 장강의 물결은 뒤가 앞을 밀어낸다고 하지 않던가.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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