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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구글안경과 엘시(ELSI) / 구본권

등록 2013-06-04 19:29

선악의 기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용 의도에 달려 있다는 견해가 있다. 기술중립론은 기술을 선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기술낙관론의 배경이다. 인간 이성과 기술의 진보에 대한 순진한 신뢰다.

미국의 핵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는 과학자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 70여명은 1945년 6월 일본에 공개적으로 항복을 촉구하고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말 것을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요청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청원서는 트루먼에게 전달되지 못했고 서명자들은 보복당했다. 그해 7월16일 뉴멕시코에서 첫 원폭 실험이 성공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대량살상무기의 성공을 보고받은 지 불과 보름 만인 8월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사용을 승인했다. 프로젝트 책임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이후 “나는 원자력 개발을 도와 인류 전체에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괴로워했다. 그는 추가로 수소폭탄 개발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배신자,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이 돌아왔다.

인체 유전자 구조를 해독해 생명의 신비에 접근하려는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윤리적 파장을 예견하고, 총예산의 약 5%를 윤리·법·사회적 영향(ELSI) 연구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과학연구 사상 최초로 출발부터 기술의 윤리적·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결정이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한 과학계의 반작용이었다.

‘구글안경’이 고전적 논란을 다시 무대로 불러냈다. 기술낙관론을 설파하는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는 최근 “흥미롭고 중요한 일들을 실험하고 싶지만 법과 규제에 막혀 있다. 새 기술을 실험하고 사람과 사회에 끼칠 영향을 알고 적용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늘 착용한 상태에서 음성명령으로 사진 찍고 녹화할 수 있는 구글안경은 환호에 앞서 기존의 삶을 어떻게 위협할지를 고려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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