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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꽃할머니, 그리고 싶은 것 / 허미경

등록 2013-06-12 18:55

3년 전 대구에서 꽃할머니와 권윤덕, 하마다 게이코, 세 여자를 한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다.

꽃을 좋아하여 꽃할머니가 별명인 심달연 할머니. 꽃을 따서 말린 다음 꼭꼭 눌러 만든 심 할머니의 꽃누르미 작품들은 아름다웠다. 1940년 느닷없이 일본 군인에게 끌려갈 때 그는 13살. 일본 국가가 침략전쟁중 여성들에게 가한 성폭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알리며 세상에 맞선 건 그로부터 50년 뒤다. 작가 권윤덕은 꽃할머니 얘기를 그림책에 담고 싶었다. 그의 <꽃할머니>는 2005년 한중일 3국 작가·출판사가 함께 기획한 평화그림책의 첫 권이었다. 나라별로 4명이 12권을 3국에서 펴낸다는 야심찬 기획. 하마다는 12명 작가 중 한 명인 일본 작가다. <꽃할머니>는 할머니 생전에 책 헌정식을 열어 드리고자 2010년 6월 한국서 먼저 출간됐다. 헌정식 날, 하마다는 일본에서 날아와 심 할머니를 처음 만났다. 그날 모든 이를 울린 건, 할머니 손을 부여잡은 채 숨죽이고 있던 하마다였다. 그는 한순간 울음을 터뜨렸고 가슴 밑바닥에서 복받친 듯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꽃할머니의 고통 속으로 깊이 다가가 어루만지는 눈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심 할머니는 그 손을 잡고 “내 딸 같아. 착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지금껏 산다”고 했다. 할머니는 그해 12월 별세했다.

꽃할머니를 그리는 작가 권윤덕의 이야기를 담은 권효 감독의 다큐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이 5일 인디포럼 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영화는 국가의 성폭력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한·일간 시각차뿐 아니라 한국인 내부의 시각차도 담담히 드러낸다.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넘어, 어떻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평화를 그려나갈 것인가. 이 고투를 권윤덕은 온몸으로 보여준다. 내용 수정을 수용한 건 일본 출간을 위한 작가적 성숙이었다. <꽃할머니>는 아직 일본에서 출판되지 못했지만, <그리고 싶은 것>은 8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허미경 책지성팀장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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