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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하루 만에 모인 신문광고비

등록 2013-06-24 19:11수정 2013-07-01 11:25

<뉴욕 타임스>에 실린 ‘터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전면광고.
<뉴욕 타임스>에 실린 ‘터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전면광고.
지난 6월 초 집에 배달되어 온 <뉴욕 타임스>를 읽다가 ‘터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전면광고를 만났다. 당시 거세게 벌어지고 있던 터키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 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광고였다. 최루가스를 뿜어내는 최루탄 그림과 함께 “우리는 이대로 억압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터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쓰여 있었다. 어떤 단체가 이런 광고를 냈는지 궁금해서 살펴봤더니 “전세계의 뜻있는 개인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해서 모았다”고 적혀 있었다. 놀랍기는 했지만 예전에 가수 김장훈이 <뉴욕 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지원했던 것처럼 어떤 돈 많은 독지가가 이 광고비 대부분을 냈겠지 생각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했다가 발표자인 인디고고의 슬라바 루빈 사장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신문광고가 실리게 된 과정을 듣게 되었다. 인디고고는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 계획을 인터넷사이트에 올리고 그 소요자금을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형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크라우드펀딩 회사다.

지난 5월 말 미국 뉴욕의 터키인 3명은 터키에서 조용히 시작된 시민들의 시위를 터키 정부가 거세게 진압하는 것을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접하고 자신들도 뭔가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터키의 조부모에게 연락했다가 이 뉴스의 보도를 외면하는 터키 언론 탓에 그들이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이들은 <뉴욕 타임스>에 광고를 내는 방법으로 터키의 상황에 대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기술업계에서 일하는 그들은 트위터와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필요한 광고비용을 효과적으로 모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뉴욕 타임스>에 연락해 그들은 전면광고비를 대폭 할인된 5만2천달러로 협상해냈고 모금을 촉구하는 내용을 인디고고에 올렸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서 이 계획을 홍보한 결과 놀랍게도 21시간 만에 목표 금액을 채웠다. 세계 50개국에 있는 사람들이 시간당 2500달러의 속도로 모금을 해줬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세계인들이 촘촘히 에스엔에스와 스마트폰으로 묶인 시대에는 권력의 힘이 점점 개인으로 옮겨가면서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거대자본이나 권력기관의 지원 없이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있다면 몇 명의 개인이 거액을 하루 만에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한편 이런 시대의 변화에 맞춰 리더도 겸손하게 작은 개인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겸허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지난 10년간의 경제성장 실적을 등에 업고 10년 이상 장기집권한 터키의 에르도안 총리는 높은 지지율에 취해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낸 ‘주머니 속의 인터넷’은 이제 대중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일반 대중은 어떤 권력자 못지않게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힘을 가진 자의 오만을 접할 때마다 쉽게 조직화된 분노를 표출한다. 최근 대중교통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브라질의 전국적인 시위 사태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내가 보스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원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원

니까 내 말을 들어라”라는 리더보다는 공감 능력을 갖춘 겸손한 리더가 대중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터키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던 나도 이 광고를 계기로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터키 시민들이 왜 거리로 나섰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이런 작은 실행이 세상을 바꾼다.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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