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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국의 청와대 도청을 아시나요

등록 2013-07-02 19:25수정 2013-07-02 21:58

[유레카] 김의겸 논설위원
미국이 주미 한국대사관을 비롯해 38개국의 재미 공관을 도청한 사실이 폭로됐다. 비슷한 일이 1970년대에도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1976년 10월 ‘코리아 게이트’를 특종 보도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로비스트 박동선을 고용해 미국 의회 의원들을 돈으로 구워삶았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정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청와대를 도청하다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얼마 뒤 <뉴욕 타임스>는 도청 방법을 상세히 보도했다. 청와대 안에 비밀 장치를 설치할 필요 없이 ‘고성능 지향성 전파 탐지’를 이용해 유리창의 떨림 등으로 도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청와대의 거리 정도라면 이 장치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당시 최규하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즉각 주미대사에게 진상을 알아보도록 지시하는 한편, 박동진 외무부 장관은 주한 미 대사에게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구해, 사실이 아니라는 분명한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가 지난해 펴낸 <박정희 대미로비 엑스파일>을 보면 얘기가 전혀 다르다. 리처드 스나이더 주한 미국대사가 1976년 11월 본국으로 타전한 비밀전문 내용을 보면, 박동진 외무부 장관이 스나이더 대사를 불러 “제발 미국 정부가 청와대 도청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부인해 달라”고 애원한다. 박 장관은 “박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두려워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주권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항의는커녕 그저 덮으려고만 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2013년 한국 정부의 태도와 닮았다. 다른 나라들은 다 버럭 화를 내는데, 우리만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라며 대단히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청 사건 뒤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의 창문을 모두 3중 창문으로 바꾸고 키스트(KIST)에 도청방지 장치를 개발하라고 주문했을 뿐이다. 도청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 방식이 궁금하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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