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214편의 사고 원인 등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엉뚱한 괴담이설도 떠다닌다. ‘이번 사고는 7월7일에 일어났다. 한국인 승객은 77명이고 사고 비행기는 7년째 운항 중인 보잉 777이다. 항공편 숫자 214를 한 자씩 더하면 7이 되고 미국인 승객 61명을 더한 것, 중국과 일본 국적 승객 142명의 합도 1+4+2=7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른바 ‘세븐의 저주’이다. 사고가 일어난 샌프란시스코 기준(7월6일 오전)이 아닌 한국 시간(7월7일 새벽)으로 따진 것만 봐도 억지임을 알 수 있다. 견강부회라 하기에도 민망한 이야기는 숫자 놀음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한 방송은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권위주의라는 한국의 문화 특성 탓에 한국 조종사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 모호한 내용을 보도했다. 한국의 존칭어 등이 조종사들끼리의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소통을 방해해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ㅅ신문) 미국 작가 맬컴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밝힌 ‘한국어의 존대와 완곡 화법이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의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특정 국가의 (언어)문화를 사고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의 이모저모를 접하면서 우리나라 ㄱ항공 좌석에서 본 안내문구가 떠올랐다. ‘着席中에는 安全帶를 매십시오’, ‘救命胴衣는 座席밑에 있습니다’. 20~30대 10명에게 병기된 영어를 지운 이 안내문을 보여주었다. 떠듬떠듬 한 자씩이라도 읽어 낸 이는 딱 한 명. 한자나 영어를 모르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읽기는커녕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던 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니 큰 잘못이라도 한 양 고개 숙이며 수줍게 웃는다. 그들은 잘못한 게 없다. ‘앉아 계실 때는 안전벨트를 매십시오’, ‘구명복은 좌석 밑에 있습니다’. ㄴ항공의 안내문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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