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걸 사회2부 기자
한국 철도를 지탱하는 두 축이 뒤뚱거리고 있다. 두 축은 철도 운영 주체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철도를 건설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다. 외압에 무너지고, 내홍을 겪는 두 철도 주역을 보면 암담하다.
코레일은 지난 21일 사장 인선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토교통부가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을 지낸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을 지지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모부터 다시 진행되고 있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국토부가 정 이사장을 앞세워 코레일 민영화를 밀어붙이려 하자 이에 반발한 세력들이 압력 사실을 누설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발원지를 코레일 쪽으로 의심하고 곱지 않게 본다는 얘기가 떠돌자 코레일은 숨죽인 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사장과 노조의 대립이 날카롭다. 노조는 김광재 이사장의 전횡이 지나치다며 지난 13일 비리 의혹 진정서를 대전지검에 냈다. 노조는 “김 이사장이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부적절한 설계변경 지시 및 월 1144만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 가운데 12%인 133만원만 공개해 공단의 신뢰도와 공공성이 훼손됐다”고 했다.
이사장에 대한 철도시설공단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임 2년 동안 직원 1500명 가운데 140명이 대기발령 조처를 받았다.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할 일 없이 14층 강당으로 출근해 이사장 등이 내주는 숙제를 하며 소일한다고 한다. 공단 쪽은 “직위 공모를 하면서 대기자가 늘었고, 비리 의혹 및 지시 위반 등 사규를 위반한 직원들을 인사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공단 직원들은 “직원 열명에 한명꼴로 비위 직원이라는 거냐? 이사장이 조직 관리를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대기발령을 남발하니 14층이 공단의 삼청교육대라고 불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반도는 반도다. 지형적인 특성을 살리면 바다와 대륙을 잇는 물류운송 및 문화교류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이남은 반세기가 넘도록 땅길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2007년 연결된 남북철도는 한반도의 동맥이 돼 남과 북에 피를 순환시키고 국부도 쌓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서 한국 철도의 대륙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표준궤에 30톤 규모의 화차 33량이 한 편성이다. 그러나 대륙으로 가는 접점인 러시아와 중국의 철도는 우리와 다르다. 예컨대 러시아 철도는 광궤에 60~70톤 규모의 화차와 40피트 컨테이너 2개를 동시에 싣는 장축화차 등 70량이 기본이고, 중국 철도는 표준궤를 쓰지만 50량이 한 편성이다. 화차 규모만 맞추려고 해도 한반도에서 물류철도 개량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또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수도인 평양을 통과하는 경의선을 한국 철도에 열어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대안은 동해북부선을 건설해 시베리아철도와 연결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의 나진항까지 철길을 건설했고 부산신항 배후에 컨테이너 야적장을 갖췄다. 중국도 나진항과 두만강유역 개발계획을 통해 동북3성·연해주 공단지역에서 동해로 나오는 길을 확보했다. 한반도 철도가 대륙철도와 연결되면 부가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국가전략에 따른 준비 과정이라는 게 철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철도는 이명박 정권 집권 뒤 남북철도가 중단되고 대륙철도 진출 전략팀이 해체되는 등 뒷걸음쳤다. 현 정부가 국가 차원의 대륙철도 진출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낙하산 인사의 대상이 되고 외압에 시달린다면 한국 철도의 미래는 없다.
송인걸 사회2부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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