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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4억원짜리 햄버거 / 구본권

등록 2013-09-01 19:07

최근 런던에서 4억원짜리 인공 햄버거가 등장해, 미래의 식생활 혁명을 예고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의 마르크 포스트 박사 팀이 소의 어깨 근육에서 떼어낸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만들어낸 인공 쇠고기를 햄버거 패티로 요리한 시식행사였다. 유전자 조작 식품과 달리 생물학적으로 실제 소와 동일한 시험관 쇠고기는 미래 축산업을 대체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는 지방과 혈액이 없어 쇠고기의 풍미와 차이가 있지만 연구진은 앞으로 티본스테이크도 만들 계획이다. 구글의 공동창업주 세르게이 브린이 거액의 연구비를 후원한 사실도 관심을 증폭시켰다. 브린은 “잔인한 사육과 도축 방식에 불편했다”며 동물복지 차원의 동기를 밝혔지만, 모든 것은 더 합리적 방법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구글식 사고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제러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육식문화의 그늘을 들췄다. 부유한 나라의 쇠고기 공급을 위해 너무 많은 농토가 목축지와 사료 재배에 쓰이며, 그 결과 가난한 나라는 더 굶주린다는 비판이다. 지구 생산 곡물의 30% 이상을 가축이 소비하고 쇠고기를 탐식하는 부자들은 쇠고기와 함께 찾아온 성인병에 시달린다.

실험실 쇠고기도 축산문화 반성이 출발선이다. 가축은 지구 이산화탄소의 5%, 메탄가스의 40%를 배출하며 온실효과를 가속화하고 있다. 포스트 박사는 동물성 단백질 15g을 얻기 위해 100g의 식물성 단백질이 필요한 소 사육 방식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2060년 인류가 95억명으로 증가할 것을 고려하면 쇠고기는 현재의 2배가 공급되어야 한다.

인류는 압축 에너지원인 육식을 통해서 두뇌 용량을 키우며 진화해 왔기 때문에 유전자에 육식 선호가 각인돼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인간과 지구를 망치는 육식을 포기하자는 제안이 공허하다는 지적이다. 저비용, 친환경, 동물윤리를 표방한 시험관 쇠고기가 인류의 오랜 육식욕을 만족시키는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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