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코드를 짠 설계자와 운영 실태를 들여다보는 경영자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그들이 개인적 영역에서 결정한 내용은 해당 서비스의 단순 이용자들이 몰랐던 걸 알려준다.
지난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3000만달러(약 320억원)를 들여 캘리포니아 자신의 집 주변에 있는 주택 네 채를 사들였다. 담을 맞댄 집들을 모두 사버리는 방식으로 사생활 보호에 나선 것이다. 저커버그는 2011년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라며 인터넷 시대에 프라이버시란 없다고 공언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점점 더 많은 개인적 정보를 드러내고 공유하도록 하고 있지만, 설계자의 실제 생활태도는 달랐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2009년 “무엇인가에 대해서 누구도 알지 못하길 바란다면 인터넷에 올려서는 안 된다”며 일단 공개한 인터넷 글은 돌이킬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5월 뉴욕대학 연설에서 “청소년 시절 한때의 실수가 어른이 된 뒤에도 웹에서 유통되는 것은 문제”라며 “인터넷에 삭제 기능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실제로 슈밋은 지난 7월 사진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서 비키니와 반라의 여성 사진을 팔로잉해온 사실이 보도되자, 곧바로 계정을 삭제해 화제가 됐다. 슈밋은 트위터에서 주로 정보기술 전문가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감춰온 개인적 취향이 드러나자, 소신과 달리 긴급 삭제로 대응했다.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로 페이스북에서 5년 넘게 요직을 맡았던 랜디 저커버그는 이달 초 펴낸 <미묘한 인터넷>(Dot Complicated)에서 달라진 생각을 털어놨다. 인터넷 기술을 예찬하던 그가 디지털 기술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게 활력 넘치고 유익한 삶의 비결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스마트폰만 보면 달려드는 두 살 아이를 기르며 디지털시대의 보육법을 고민하다가 회심하고, 사회문제로 제기한 현명하고 용기 있는 엄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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