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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구글 북스와 조선왕조실록 / 구본권

등록 2013-11-26 19:03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으고 조직화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구글의 야심은 구글 북스 프로젝트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2004년 12월 구글은 하버드, 스탠퍼드, 미시간, 옥스퍼드대, 뉴욕 공립도서관과 제휴해 소장 도서 수백만권을 스캔하고 검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사 이래 인류가 구축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바꾼 뒤 검색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인터넷이 없던 1971년 미국의 한 대학생이 시작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가 효시다. 저작권이 소멸한 책을 디지털화해서 개방하는 이 서비스는 전자책 단말기도 되는 스마트폰 시대에 가치가 더 크다.

구글 북스는 저작권이 소멸한 책에서 시작해 도서관 모든 장서로 확대됐다. 하지만 구글은 저작권자인 작가와 출판사에 허락을 받지 않고 도서관과 협약을 통해 스캔했다. 2005년 미국 작가협회와 출판사들은 구글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디지털 저작권의 상징이 된 재판의 결과가 8년여 만인 지난 14일 나왔다. 미국 법원은 도서관 책을 스캔한 뒤 디지털로 변환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글 북스가 책의 가치를 더해주고 찾기 쉽게 해주어 책 판매와 이용을 촉진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조선을 세계적 문화국가로 각인시킨 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실록>은 번역이 끝나, 인터넷에서 원문과 국역본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고전번역원도 오랜 기간 수고로운 작업을 통해 <승정원일기> <고려사절요>를 비롯한 방대한 규모의 고전 국역 서비스를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중한 국역본들은 자체 누리집에서만 볼 수 있고 네이버·구글 같은 검색에선 나타나지 않는다. 검색엔진 로봇의 접근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을 무릅쓰고 도서관 책까지 스캔해 제공하겠다는 구글의 야심과 예산을 들여 국역한 세계적 기록유산도 검색에 노출할 수 없다는 국사편찬위원회의 빗장이 대비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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