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나라의 모든 동시를 읽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나름대로 목록을 만들어 읽었고, 찾아서 읽었고, 책을 주문해서 읽었다. 이미 다 커버린 우리 집 아이들이 어릴 적에 읽던 책을 뒤져가며 읽었다. 어른이 쓴 동시도 읽었고, 어린이가 쓴 동시도 가리지 않고 읽었다. 좋은 동시를 찾게 되는 날은 보물쪽지를 찾은 것처럼 기뻤다. 그런데 나쁜 동시는 더 많았다. 시적 생명력을 이미 잃어버린 구태의연한 언어들, 마음을 자극하지 못하는 상상력, 시로서 최소한의 품격마저 갖추지 않은 동시를 만났을 때는 화가 났다. 정말 불사르고 싶은 동시집도 꽤 많았다.
나쁜 동시를 읽은 아이들이 나쁜 동시를 쓴다. 그저 행을 바꾸어 예쁜 말과 천사 같은 생각을 나열하기만 하면 동시가 되는 줄 안다. 아니다. 이미 ‘대변’이란 말에 감염된 어른들이 ‘똥’이라는 말의 동심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순간, 거기에서 시적인 것이 발생한다. 그리고 ‘똥’이라는 말에서 벗어나 ‘대변’이라는 말을 흠모하려는 어린이들을 조금 더 오래 ‘똥’에 머물도록 만드는 게 동시의 역할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릴 적에 얼마나 많은 동시를 읽었을까? 안타깝게도 동화에 비해 동시는 출판계에서도 천대를 받아온 장르다. 한 줄의 동시가 아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쏟아 부을 수도 있다. 비뚤어진 마음을 휘어잡을 수도 있다. 엄마들이 아이들의 손에 동시집을 들려줘야 할 때다. 그러려면 어른들부터 동시를 읽어야 한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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