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는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명태가 제일 맛있는 계절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명태의 인기는 급강하했다. 일본산 명태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우리 집 밥상에서도 동태탕이 자취를 감춘 지 꽤 된 것 같다.
명태는 국이나 찌개를 끓여 먹는 게 보통인데, 특이하게 날것 그대로 반찬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눈이 맑고 물 좋은 생태여야 하고 동태는 안 된다. 깨끗이 씻은 명태의 지느러미를 떼어낸 뒤에 머리와 뼈와 살을 통째로 쫑쫑 다진다. 그리고 엄지손톱 크기로 얇게 나박나박 썬 무와 매운 양념에 버무린다. 따로 발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먹어도 된다. 언뜻 보면 창난젓을 연상시키는 이 음식은 경상도 북부지방에서 겨울철에 주로 해먹는다. 다른 지방에서는 이 색다른 음식을 맛본 적이 없다. 우리 어머니는 ‘명태선’이라고 부르는데 안상학 시인은 ‘난젓’이라고 한다. 국어사전에도 없으니 어떻게 해서 이런 이름들이 붙었는지 알 길이 없다. 생선이 귀하던 시절에는 집안의 어른들 밥상에만 올랐다고 한다. 명태선을 담그려면 우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야 한다. 겨울의, 겨울에 의한, 겨울을 위한 음식인 것이다. 오래 보관할 수 없으므로 가능하면 빨리 먹어야 한다. 눈발이라도 치는 날 이걸 먹으면 무를 씹는 입에서 눈 밟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고, 비린내가 거의 없어 마치 신선한 바다의 속살을 오물거리는 것 같았다. 덜 다져진 명태 뼈가 가끔 이에 끼여도 괜찮았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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