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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강기훈 무죄, 김기춘은 물러나야 / 김동춘

등록 2014-02-17 19:06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강기훈이 드디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미 지난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와 결정을 통해 1991년 분신한 김기설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된 것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법원은 재심에 들어갔고, 무려 5년이나 질질 끌다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는 그의 소회가 말해주는 것처럼, 우리는 “늦었지만 그래도 법원은 아직 살아 있다”고 자위할 수가 없다. 법원의 결정대로 강기훈이 유서 대필을 하지 않았다면, 그를 기소한 검찰은 사건을 조작한 셈이 되고, 당시 법원은 조작된 사건 피의자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말이다. 돌아보면 1991년 당시 노태우 정권과 옛 군부세력이 민주화 운동의 기세와 이어지는 분신에 놀라, ‘배후가 없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예단한 다음 사건 조작이라는 있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러 민주화 운동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히고 권력을 안정화하는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기훈은 무죄가 되어도 당시 누가, 어떤 세력이 ‘유서 대필’이라는 아이디어를 내서 사건을 조작했는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강신욱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이 수사를 지휘했고, 주임검사는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이었으며, 안종택·박경순·윤석만·임철·송명석·남기춘·곽상도 검사가 수사팀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 검찰총장은 정구영(변호사), 서울지검장은 전재기(변호사), 법무부 장관은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그의 유죄를 확정한 판사들은 1심 노원욱 부장판사, 정일성·이영대 배석판사였고, 2심 임대화 부장판사와 윤석종·부구욱 배석판사였다. 상고심에서 박만호 대법관을 주심으로 하여 김상원·박우동·윤영철 대법관이 강기훈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 검사·판사들은 모두 이 사건 이후 출세가도를 달렸고, 그중 정치에 기웃거린 사람 전원이 새누리당에 공천신청을 하거나, 박근혜의 당선에 기여했다. 김기춘은 현재 박근혜 정부의 권력의 정상인 비서실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반면 희생양 강기훈의 삶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형을 마치고 나온 뒤에도 이웃의 냉대와 발길질에 차여 사람대접 받지 못하고 살았으며, 급기야 간암이 악화되어 항암치료도 받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강기훈은 사법부와 검찰의 사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를 기소하고 유죄 판결을 내린 사람 중 누구도 사과할 의사는 없는 것 같다. 사실 조작의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이 그들의 사과나 반성으로 끝날 일인지 모르겠다. 사건 조작은 심각한 국가범죄이고, 피해자에게는 엄청난 국가폭력이다. 그래서 조작을 지휘한 사람이 밝혀지면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고 가해자가 사과와 반성을 한다고 해서 강기훈과 같은 과거 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망가진 인생이 복원되지 않고, 조작을 주도했던 세력들이 그것을 통해 얻는 권력과 지위도 박탈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이 조작 사건의 진상 규명, 현직에 있는 관련자의 사퇴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저선의 정의다.

이번 판결 이후 시민사회 진영에서 일명 ‘강기훈 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곧 “국가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통한 책임자의 형사처벌, 공직 추방, 서훈 박탈, 구상권 행사 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만약 김기춘 등 관련자들이 공직에서 사퇴하기는커녕 조그만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이러한 사건 조작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 국정원과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한 의혹이 드러나지 않았나?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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