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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김연아와 ‘왕관의 무게’ / 구본권

등록 2014-03-10 18:38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지난해 말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상속자들>이 내건 홍보문구는 <스파이더맨>을 통해 널리 알려진 볼테르의 “강한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경구를 연상시킨다.

지난 6일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열애설을 보도했다. ‘여왕의 땀 그리고 사랑, 6개월의 기록’이라는 제목 아래 몰래 찍은 사진들이 공개됐다. 피겨스타 열애설은 뜨거운 반응과 파파라치 매체에 대한 관심을 불렀다. 오랜 기간 잠복취재로 일찌감치 확인했지만 올림픽 끝날 때까지 공개를 미룬 것을 두고 누리꾼들은 ‘개념언론’이라고 일컬었다. 선남선녀의 사귐과 그 공개 시점에 많은 이들이 흐뭇해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아니다. 수개월간 사생활을 비롯한 일거수일투족이 망원렌즈를 통해 감시당하고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생활 폭로전문 매체가 자신의 어떠한 사적 모습까지 몰래 촬영해 갖고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는 잠복한 몰래카메라와 망원렌즈를 늘 의식해야 한다. 움직임과 생각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연인과 누릴 내밀한 사적 영역이 대중적 관심의 무대가 된다. 김연아는 지난 4일 귀국환영식에서 그동안 훈련하느라 자전거도 못 배웠고 책도 못 읽었다며 “편하게 여행하며 긴장감과 압박감 없이 하루하루를 편안하게 즐기겠다”는 소박한 꿈을 비쳤지만, 백일몽이 될 처지다.

영국 다이애나비는 1997년 파파라치들의 추적을 피해 달리다가 파리 센강 터널 기둥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숨졌다. 파파라치에 대한 비판이 높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대상이 유명인에서 일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파파라치는 돈을 위해 일할 뿐이고,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매체가 토양이다. <짝>이라는 관음증의 무대에 겁없이 올라섰던 한 여성은 “(방송 나가면)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통화 뒤 목숨을 끊었다. 더 이상 자유롭고 존엄한 삶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절망의 이유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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