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stem cell)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널리 쓰였는지 궁금해 과학저널 <네이처>를 검색해 살펴본 적이 있다. 검색 결과로는, 줄기세포라는 말이 이 저널에 등장한 때는 1950년대 중반이었다. 물론 세부 전공의 학술저널에선 훨씬 오래전에 등장했겠지만, 적어도 여러 분야를 두루 다루는 종합 과학저널의 관심망에 든 것은 이 무렵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엔 암종 연구 분야에서 세포의 ‘자기갱신’(self-renewal)이라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줄기세포는 사멸하지 않고 ‘자기복제’를 하는 세포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 성체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의 속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줄기세포는 1970년대 후반 이후 좀 더 주목받았다.
‘분화능력’이 과학자와 대중의 관심사가 된 것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확립된 1998년, 그 이후였다. 2000년 앞뒤로 네이처에서 관련 논문과 기사 보도가 급증했다. 분화능력은 영어권 대중매체에서도 관심사가 됐다.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백지 세포” “모든 세포의 발달을 주관하는 주인 세포” “모든 세포의 어머니” 같은 비유와 서사가 이 무렵에 확산됐다. 한국과 일본에선 분화능력이 매우 뛰어난 다분화능 세포(pluripotent cell)는 ‘만능세포’로 번역돼 쓰인다.
줄기세포가 재생의학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의 서사가 지나치면 과열과 과장의 분위기로 치닫곤 했고, 이런 때엔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돼 왔다. 무엇이 희망이고 무엇이 과장인가? 과장과 희망을 식별하는 건 가능한가?
최근 일본·미국 연구팀이 분화능력이 매우 뛰어난 줄기세포를 간편하게 제작하는 방법(STAP)을 찾아냈다고 네이처에 발표해 찬사를 받다가, 40여일 만에 연구부정 의혹을 조사받는 처지가 됐다. 발표 직후 쏠린 희망이 너무 높게 치솟았기에 실망과 후유증은 더 큰 듯하다. 줄기세포의 서사를 차분한 희망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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