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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 / 구본권

등록 2014-03-25 18:37

아빠들이 자녀와 함께 여행하고 아이를 돌보는 육아 예능 방송프로그램이 인기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노라면 천진난만한 아이들 몸짓과 말에 절로 웃음이 터진다. 방송 때문에 텐트 꾸려 캠핑 떠나야 하는 주말 과업이 생겨났다는 아빠들의 불평도 있지만, 자녀와 노는 법을 알려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게 중평이다.

귀여운 아이들의 인기는 연예인인 아빠를 능가할 정도다. 단숨에 전국적 유명인이 되어 라면, 이동통신, 세탁기, 의류, 학습지, 쇼핑몰 등을 홍보하는 광고모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말도 서툴지만, 수많은 시청자는 아이들에 대해 웬만한 옆집 식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이는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귀엽고 천진한 이미지를 평생 안고 살아갈 운명이다.

어릴 적 동네에 아주 뛰어난 형들을 둔 친구가 있었다. 친구도 자신을 포함한 형제에게 쏠리는 주변의 관심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사춘기가 되자 “형들은 잘 있느냐”는 물음에 발끈했다. 개별적 존재로 불리기보다 잘난 아무개의 동생으로 여겨지는 데 대한 질풍노도기의 반응이었다. 정체성을 찾는 시기에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닌 것들로 자신의 이미지가 형성된 것에 대한 거부였다.

‘초년 출세’가 축복이라기보다 멍에가 된 사례는 숱하다. 3살부터 광고모델로 활동한 아역스타 출신의 할리우드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는 이례적인 경우다. 하지만 그도 2013년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난 세 살 때부터 모든 걸 포기했다. 리얼리티 쇼였다”고 토로했다. 레즈비언임을 뒤늦게 고백하며 자신에게 프라이버시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설명했다. 장동건·고소영 부부는 첫아들에 이어 최근 출산한 둘째도 언론에 노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갖은 발림 말로 선남선녀 부부의 자녀를 끌어내 그 생김새를 한낱 잡담거리로 소비하려는 대중의 욕구에 맞서 자녀 스스로 삶을 선택할 권리를 주고자 하는 그 뜻을 모쪼록 지켜내길 바란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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