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잠수복과 구글안경 / 구본권

등록 2014-04-14 18:45

1997년 출간된 <잠수복과 나비>는 눈꺼풀로 쓴 베스트셀러다. 패션지 <엘르> 편집장이던 장도미니크 보비는 199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의식을 되찾았으나 왼쪽 눈꺼풀을 빼곤 움직일 수 없었다. ‘식물인간’으로 여겨졌지만, 그는 왼쪽 눈꺼풀을 20만번 깜빡거리는 노동으로 책을 썼다. 도우미가 알파벳을 순서대로 제시하면 눈 깜빡임으로 철자를 골라 문장을 만들었다. 책 제목은 잠수복을 입고 심해에 갇혀 있지만 나비를 희구하는 저자를 상징한다.

구글안경은 최초로 적외선 안구 센서를 채택한 제품이다. 눈꺼풀만이 아니라, 눈동자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감지한다. ‘윙키’라는 구글안경 앱은 윙크 한번으로 사진을 찍는다. 연속적인 눈 깜빡임을 통해 더 다양한 기능을 명령할 수 있다. “오케이 글라스”라는 음성명령이나 안경테를 손으로 쓰다듬는 방식 없이 눈에 띄지 않는 눈 깜빡임만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1268년 영국 옥스퍼드의 수도사 로저 베이컨이 글자 확대도구를 만든 기록이 있지만, 안경이 현재의 형태를 갖추고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00년 전이다. 안경은 시각적 보조도구에서 신체 부착용 컴퓨터로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에서 15일 하루 1500달러짜리 구글안경을 일반에 팔겠다고 해서 얼리어답터를 흥분시키고 있다. 그동안 체험단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해온 논란의 제품을 일반에 판매하는 것이다.

기업은 시장 판도를 뒤흔들 파괴적 기술의 제품을 내놓는 혁신에 매진하지만, 그 기술로 인해 기존 생활방식과 사회적 관계에 어떤 영향이 닥칠지는 거의 고민하지 않는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투명사회>에서 “구글안경은 인간 눈을 일종의 감시카메라로 변환시킨다”고 말했다. 구글안경이 보비와 같은 장애를 가진 이를 나비처럼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인지, 카페 안의 사람들 모두를 긴장하게 하는 안경 형태의 감시카메라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시작된 것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