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욕’이 편하지 않다. 서해 여객선 사고 이후의 일이다. 시원함이 아닌 냉탕의 싸늘함이 마음을 휘감는 느낌…. 배 안에 차올랐을 차가운 바닷물이 떠올라 소름이 돋기 때문이다. 피할 길 없는 ‘뉴스 특보’를 접하며 안타까움에 탄식하고, 관련 기사를 읽을라치면 가슴 먹먹해지는 탓에 숨 고르는 일이 많아졌다. ‘여객선 참사’로 일상의 변화를 겪는 사람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직업병’이 도진 것도 ‘일상의 변화’ 가운데 하나다. 뉴스 화법의 적절성 여부를 더 따지게 되었고, 곳곳에 널려 있는 ‘안내문’, ‘주의사항’ 따위의 문안을 더욱 꼼꼼히 톺아보게 된 것이다. 적절한 경고문과 주의·안내문은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옷 입은 채 다림질하지 마시오’, ‘사다리로 사용하지 마시오’(시디 보관 케이스), ‘사람을 넣지 마시오’(세탁기), ‘아이를 앉힌 채 접지 마시오’(유모차) 따위는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안내문이다. ‘악덕소송’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폄하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이런 시시콜콜한 안내가 사고 방지에 도움 된다면 흰 눈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가슴 써늘하게 하는 냉탕을 빠져나와 열기 그득한 사우나탕에 들어서니 ‘주의사항’이 붙어 있다. 무심히 흘렸던 안내문 내용이 새삼 흐리터분하게 다가왔다. 의사 몇에게 적절한 내용인지 물어보았다. ‘순환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람은 안 하는 게 좋다는 뜻’이라며 ‘(주의사항은) 더 구체적인 게 좋다’고 답한다. ‘발에 동통을 느꼈을 때(열기욕 중단)’의 뜻은 바로 새겨지지 않았다. ‘동통’을 찾아보니 ‘안구(瞳) 통증’, ‘움직일(動) 때 아픈 것’이라는 제멋대로의 풀이가 떠돈다. 아플 동(疼), 아플 통(痛)이 어우러진 동통의 뜻은 ‘몸이 쑤시고 아픔’(표준국어대사전)이다. ‘주의사항’은 알기 쉬운 표현이어야 한다. ‘발이 쑤시고 아플 때’ ‘발에 통증이 있을 때’로 하면 될 일이다. “‘동통’은 ‘페인’(pain, 통증)의 번역으로 구식 표현이다.” 신경과 의사의 말이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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