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는 살아 있는 눈사람 ‘올라프’가 등장한다. 올라프는 눈사람이면서도 뜨거운 여름을 동경하는 이상주의자다. 그의 생김새를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손가락이 4개다. 우연 같지만 결코 우연이 아닌 의도된 설정이다.
1928년 탄생해 올해로 86살이 된 미키 마우스도, 1958년 첫선을 보인 개구쟁이 스머프도 손가락이 4개뿐이다.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대성공을 거둔 <뽀롱뽀롱 뽀로로>의 아기 공룡 크롱도, <로보카 폴리>의 경찰차 폴리도 마찬가지다. 만화 업계에서는 “손가락 5개를 그리면 손가락이 더 많아 보이는 효과 때문에 기형적으로 보인다. 손가락 4개가 제일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손가락이 4개가 된 것은 확실치는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생쥐, 미키 마우스 때부터라고 한다. 디즈니사는 예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미키 마우스의 손가락 4개를 설명한다. “미키가 손가락 5개를 가졌다면 마치 바나나 묶음처럼 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또한 6분30초 만화를 위해서는 4만5000장의 그림이 필요한데, 5번째 손가락을 그리지 않으면 수백만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미키 마우스와 올라프, 그리고 폴리 외에도 결핍을 안고 있는 만화 캐릭터는 여럿 있다. 헬로 키티(1975년)는 보는 사람의 감정이입이 쉽도록 애초부터 입이 없었고, 도라에몽(1969년)은 주인(노진구)의 명령을 듣고 행동하지만 정작 귀는 없다. 이들의 결핍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절대 인지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12억3260만달러(1조2597억원)를 벌어들인 <겨울왕국>은 아직도 일본 등지에서 상영 중이며 관객은 나날이 늘고 있다. 유명 팝가수 머라이어 케리는 올해 크리스마스 앨범에 올라프를 등장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사랑받는 것이 늘 완벽한 것은 아니다. 결핍이 때로는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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