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네이버 검색 화면 갈무리.
[유레카] 검색 노하우 ‘오빠랑’
포털에서 맛집을 찾을 때 ‘동네이름+맛집’이 아니라 ‘오빠랑’이란 키워드를 함께 입력해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다는 검색 팁이 인기다. ‘강남 맛집’을 찾으면 검색 결과 첫 화면에 수십개의 ‘강남 맛집’ 광고가 먼저 나타난다. 이어지는 블로그와 카페 글도 업체나 전문블로거가 올린 홍보성이 대부분이다. ‘오빠랑’을 추가해 검색하면 결과가 사뭇 다르다. 맛집 광고가 사라지고 블로그도 상업성 없는 커플들의 맛집데이트 후기가 많다.
검색 결과를 뒤덮는 광고와 상업적 블로그에 대한 사용자 불만이 불리언 연산자를 활용한 고급검색을 능가하는 신선한 검색팁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오빠랑’을 활용한 홍보성 블로그도 늘고 있다.
검색기술의 발달은 검색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어뷰징과의 심리게임이기도 하다. 한동안 구글에서 ‘참담한 실패’를 검색하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연결되는 ‘구글 폭탄’이 있었다. 더 많이 링크된 콘텐츠를 높게 평가하는 구글의 페이지랭크 기술을 활용한 사용자들의 집단 창작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누리꾼들은 구글에서 ‘학살자’를 입력하고 ‘운좋은 예감’을 누르면 ‘전두환’이 연결되는 검색 결과를 만들어냈다. 구글은 나중에 검색 알고리즘을 수정했다.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검색의 정확성과 중립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검색기술 발달로,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찾아주는 편리함 뒤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미국에서는 애인과 찍은 은밀한 사진을 헤어진 뒤 공개하는 ‘보복 포르노’의 검색 노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경찰이 공개하는 범법자 체포 사진 ‘머그샷’을 모은 사이트를 만든 뒤 삭제하려면 돈을 요구하는, 검색을 활용한 몰염치 사업도 성업 중이다. 검색의 영향력과 함께 사회적 책임도 커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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