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는 해마다 6월16일 ‘블룸스데이’ 행사가 열린다. 이곳 출신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 주인공 이름을 딴 이벤트다. 20세기 모더니즘을 연, 이 길고 난해한 소설은 1904년 6월16일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을 다룬다. 그리고 이날은 조이스가 생의 반려 노라 바너클과 처음 만나 사뭇 농도 짙은 데이트를 했던 날이기도 하다.
올해 블룸스데이는 또 다른 이유로 각별했다. 전날인 6월15일이 조이스의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 출간 100년이 되는 날이었던 것. 이 책은 더블린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마비’와 ‘좌절’이라는 주제어로 포괄한데다 실존 인물들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로 조이스 당대에는 상당한 논란과 비난에 노출되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세기 뒤 이 도시 곳곳에는 조이스의 동상이 서 있고 블룸스데이 같은 날엔 전세계에서 온 수많은 독자가 <율리시스> 주인공들의 행로를 따라 걸으며 작가와 작품을 기린다.
<더블린 사람들> 출간 100년 역시 다채로운 방식으로 기념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일랜드 현역 작가 15명이 이 소설집 수록작 한 편씩을 ‘다시 쓰기’ 한 책 <더블린 사람들 100>(Dubliners 100)이다. 참여 작가들은 조이스의 원작과 같은 제목으로 단편을 쓰되 원작의 첫 문장으로 작품을 시작함으로써 선배 작가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물론 내용은 원작과 무관한 전혀 다른 작품들이다. 가령 유명한 단편 <애러비>는 주인공 소년이 잘생긴 럭비 선수에게 동성애 감정을 느낀다는 설정으로 바뀌었으며, 조이스의 책에서 가장 긴 분량이었던 <죽은 이들>은 종말 이후 세계를 다룬 과학소설로 탈바꿈했다.
고향과 조국에 대한 애증으로 평생을 외국에서 떠돌다 죽어서도 스위스에 묻힌 조이스. 그러나 한 세기 전 더블린과 아일랜드를 그 어떤 사료보다 적확하게 기록·보존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소설들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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