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역사상 가장 논쟁적 연구는 1961년 미국 예일대의 스탠리 밀그램이 진행한 전기충격 실험이다. 피험자들은 옆의 학습자에게 단어 암기 문제를 내고 틀릴 때마다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지시받았다. 15V에서 시작해 틀릴 때마다 450V까지 전압을 높이는 실험이었다. 피험자 65%는 학습자의 고통 호소를 무시하며 450V 버튼까지 누르는 잔혹함을 보였다.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으로 불리는 이 연구는 맹목적 복종 심리를 설명하는 설득력 있는 연구로 평가받았지만, 비윤리적 실험 방법이 문제 됐다.
페이스북이 대학 연구진과 함께 약 70만명을 상대로 실험한 ‘감정 전염’ 연구가 최근 공개됐다. 1주일 동안 사용자들의 뉴스피드를 조작해 실험한 결과, 긍정적 글에 많이 노출된 이용자는 긍정적 글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페이스북은 서비스 개선 시도이고 가입 시 동의한 약관에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지만 명시적 동의 없이 뉴스피드를 조작한 실험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인터넷기업들의 사용자 데이터 조작 실험은 이미 광범하다. 구글은 검색 결과와 관련해 매년 2만건의 실험을 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2010년 사용자들에게 세 종류의 투표 참여 메시지를 보내 실험했다. 어떤 메시지를 보내 사람들의 반응을 통제·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사회과학의 성배다. 20세기 중반부터 심리학·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이 이뤄져 왔다.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보여주는 플랫폼이 된 데 따른 연구 관심 이동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서비스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알고리즘을 통해 이뤄지는 인터넷기업의 데이터 조작과 실험에 대해 이용자는 알기도, 접근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시민적 각성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나 거대 인터넷기업들의 빅브러더 감시와 조작 대상이 되는 걸 피할 수 없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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