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운동가 파커 파머는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스트레스에 관한 흥미로운 조어를 소개한다. 디스트레스(distress)와 유스트레스(eustress)가 그것이다. 스트레스가 다 몸에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디스트레스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스트레스라면, 유스트레스는 긍정적이고 성장을 돕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생각·가치·경험과 대면할 때 오는 스트레스가 바로 유스트레스다. 그런 스트레스를 견디고 이겨내면 우리 마음은 더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스트레스를 무조건 거부하면 우리의 정신은 오그라든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몸과 마음의 긴장이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처럼 긴장도 털어버려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통념이다. “우리는 긴장이라는 것을 가능하면 줄여야 한다고 여기지, 우리 마음속에 품어야 할 에너지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긴장이야말로 창조성의 비밀이다. 파머는 예술을 사례로 든다. 그림의 경우를 보자. 빛과 어둠, 차가움과 따뜻함, 역동과 정지가 팽팽하게 긴장 관계를 이룰 때 그림은 보는 사람을 끌어당긴다. 소설에서도 사건이 긴장 속에서 전개될 때 흥미가 커진다. 시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시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긴장이다.”
긴장은 민주주의의 생명이기도 하다. 파머는 긴장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란 긴장을 끌어안고 그 긴장이 야기하는 스트레스를 선용하는 제도다. 입법·사법·행정의 견제와 균형은 긴장의 민주적 제도화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긴장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를 증폭시켜 창조의 동력으로 바꾼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긴장을 견디는 힘이다. 그 힘이 없을 때 권력자는 폭력과 독단의 유혹에 빠진다. 지금 박근혜 정권이 그런 모습이다. ‘긴장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면 죽은 민주주의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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