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프랑스어, 영어는 모국어가 다른 사람들 간의 소통을 도와주는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로 기능해왔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링구아 프랑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012년 초 60살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새해엔 컴퓨터 프로그램 짜는 온라인교육을 받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스마트폰 이후 대중화된 코딩(coding) 교육 열풍을 대변한 바 있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35년 논문에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계산기계’를 제시한 게 오늘날 컴퓨터의 출발점이다. 이후 컴퓨터를 기계적 장치와 작동 시스템으로 구분하면서 하드웨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소프트웨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18개월마다 컴퓨터 연산장치의 능력이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하드웨어는 갈수록 소형화되면서 값도 싸지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디지털 경제의 부가가치가 소프트웨어로 집중되는 배경이다. 반도체, 피시(PC) 기업들의 입지 축소와 대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의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다양하지만, ‘예’ ‘아니오’만을 인식하는 기계장치를 구동하기 위해 논리적인 일련의 실행명령을 구성하는 게 소프트웨어다. 블록 쌓기와 색칠놀이로 사물의 구조와 아름다움을 배우게 되는 것처럼 디지털 세대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역할과 영향에 대해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23일 각급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입시 연계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의 저자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코딩 교육보다 컴퓨터 기술의 영향에 대한 사용자 자각과 이해를 강조한다. 우리가 디지털 기술에 얼마나 깊이 의존해 있는가를 자각하고 그 설계에 인간적 요구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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