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강연회에서 한 고등학생이 물었다. 시인이 꿈인데 부모님이 걱정한단다. “가난뱅이로 살고 싶어?”라고.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글쟁이=가난뱅이, 이렇게 ‘없어 보이는’ 공식이라니! 사실, 맞는 말이다. 글쟁이로 살면서 부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자’가 목표라면 단연코 발 들이지 말아야 할 곳이 예술 세계다. 그러나 글쟁이로 산다고 해서 특별히 더 가난뱅이가 되는 건 아니다. 상위 1퍼센트로 태어나지 않는 한 무얼 하든 먹고살기 만만찮은 세상이니까. 그러므로 ‘글쟁이가난뱅이론’은 단지 경제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다. “내 삶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게 뭔지 아니?” 그 애는 눈을 반짝이며 기다렸다. “월급 받지 않는 삶!” 좌중에 다시 웃음이 터졌다. ‘월급 받지 않는 삶’은 이십대 중반의 내가 시인이 되겠다고 작정한 무렵 정한 목표다. 덕분에 미친 듯 습작에 몰입할 수 있었고 냉소로 방전된 삶이 충전되기 시작했다. 등단 후 17년째 전업작가로 살 수 있는 것도 이 삶의 만족도가 높은 덕분이다. 나는 나에게만 고용된다! 이것은 내게 고액 연봉보다 소중한 가치란다. 조금 벌고 적게 쓰고 많이 존재하는 삶! 자유로운 삶에 대한 대가가 가난이라 해도 자유를 먼저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선택한 삶에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오케이. 어떤 삶을 선택하는가는 개인의 몫이고 모두가 예술가로 살 필요는 없으니, 너는 네가 원하는 대로 살면 된단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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