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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통풍 / 김지석

등록 2014-10-12 18:37

통풍을 영어로 가우트(gout)라고 한다. 어원인 라틴어 구타(gutta)는 ‘한 방울’이라는 뜻을 갖는다. 핏속의 나쁜 물질 한 방울이 관절 부위에 떨어져 생기는 병이라는 얘기다. 운치가 느껴지는 표현이지만 심한 통증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한자 표현은 직설적이다. 바람(風)만 스쳐도 아프다(痛)는 뜻이니 실감이 난다. 한의학에서 역절풍(歷節風)은 뼈마디가 두루 아픈 증상을 이른다. 그 가운데 백호(白虎)역절풍이 통풍이다. 호랑이가 물면 얼마나 아픈지 통풍 환자들은 안다.

통풍은 고등생물에게 나타나는 ‘고급 질병’이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푸린(purine)의 최종 산물인 요산이 관절 부위에 축적돼 통풍이 생기는데, 사람과 유인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은 요산을 분해하는 효소인 우리카아제를 갖고 있다. 또한 육류 등 고단백 음식과 술을 즐기는 사람은 요산 농도가 높아져 통풍에 걸리기 쉽다는 게 정설이다. 예로부터 통풍을 ‘제왕의 병’ ‘부자들의 병’이라고 한 이유다. 통풍은 ‘현대병’이기도 하다. 서구에서는 최근 20년 사이에 환자가 2배로 늘었고(전체 인구의 1~2%),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30만명 가까이 병원을 찾았다. 50대 이상 남성이 여전히 많지만 여성과 젊은층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풍은 생활습관을 철저하게 바꾸는 등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9월 초순 이후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심한 통풍으로 요양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의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도 통풍으로 고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대 초반인 그보다 열살 남짓 많은 이복형 김정남 역시 통풍으로 요산 조절제를 매일 먹는다고 말한 바 있다. 심한 통증은 우울증을 동반하는 등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최근의 남북 갈등이 ‘김정은의 통풍’과 관련돼 있는지도 모른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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