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 영남대 교수의 근작 <마키아벨리, 시민정치의 오래된 미래>는 ‘마키아벨리의 진심’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쓰는 동안 <로마사 논고>를 함께 썼다. 앞의 책은 군주제를 말하고 뒤의 책은 공화제를 주장한다. 박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진심이 공화제에 있다고 단언한다. <군주론>도 군주제를 옹호하는 듯한 외관 안에서 공화주의적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마키아벨리의 그런 생각이 집약된 곳이 <군주론>의 9장 ‘시민형 군주국’이다. 이 장은 “이제 시민 한 사람이 동료 시민들의 호의로 군주가 되는 경우를 논의하겠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시민형 군주란 시민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군주다. 오늘날로 치면 대통령과 유사한 사람이라고 박 교수는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마키아벨리가 이 시민형 군주의 모델로 피에로 소데리니를 생각했다는 추측이다. 소데리니는 마키아벨리가 피렌체 공화정에서 봉직하던 시절 ‘종신 곤팔로니에레(행정·사법 수반)’로서 피렌체를 이끌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왜 소데리니일까?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소데리니의 신중함을 존중하면서도 단호하지 못함을 비판한다. “소데리니는 선을 지키려면 악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요컨대 악을 제압하는 데 지나치게 신중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좋은 지도자로 존경하면서도 인간적·정치적 약점은 안타깝게 여길 수 있다. 마키아벨리에게 소데리니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군주론>이 군주에게 ‘사자의 힘’과 ‘여우의 꾀’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살면서 나는 마키아벨리같이 교활한 진보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박 교수는 노무현의 죽음과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보고서는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됐다고 말한다. 마키아벨리의 힘과 꾀가 없다면 진보세력은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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