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1990년대에 우린 젊었다. 속상한 일이 많아도 미래에는 다 잘 풀리겠지 기대했다. 우리 모두 거침없이, 당당하게, 언제까지나 세상 눈치 안 보고 살 줄 알았다. 아니었다. 얼마 못 가 우리는 주눅 들었다. 길바닥의 낙엽처럼 초라해졌다. 세상이 야멸차게 변한 걸까, 아니면 세상은 원래 이랬는데 우리가 젊음에 취해 깨닫지 못한 걸까.
신해철은 달랐다. 그의 노래가 그의 말이 그의 인생이 당당했다. 가끔 허세도 부리고 때때로 짓궂었지만 그조차 우리에겐 위안이었다. 우리도 한때 젊고 거침없었다는 거짓말 같은 기억을, 그이를 보며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아니구나. 두렵다. 한 시대가 이렇게 끝나는 걸까.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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