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로고
스티브 잡스는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공동창업한 회사 이름을 애플컴퓨터로 했다. 이름 때문에 비틀스의 소속사인 애플레코드와 소송도 했다. 잡스는 사과 품종인 매킨토시를 제품명으로 했고, 집 뜰엔 사과나무를 심었다. 젊은 시절 사과과수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했던 잡스는 사과를 가장 완벽한 과일로 생각했다. 제품이 사과처럼 아름답고 완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애플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잡스 주변 인사들은 증언했다.
애플 로고는 처음엔 사과나무 아래 있는 뉴턴을 형상화한 것이었으나, 이내 지금의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모양으로 바뀌었다. 1999년 단색으로 단순화하기 전까지 애플이 23년간 사용한 로고는 무지개색의 사과였다. 이 로고를 두고 영국 과학자 앨런 튜링과 연결짓는 설명이 있다. 튜링은 2차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체계를 해독해내어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 공로를 세웠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화학적 거세형을 받는다. 수모를 못 견디고 튜링은 1954년 청산가리를 주사한 사과를 베어 물고 자살했다. 무지개 깃발이 성소수자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한 입 베어 문 무지개 사과가 튜링을 기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이 10월 말 <비즈니스위크> 기고에서 “게이임이 자랑스럽다”고 커밍아웃을 한 뒤 반향이 확산되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일은 세계 500대 기업 처음이고, 애플은 기업가치 세계 1위의 기업이다. 커밍아웃 이전부터 쿡은 동성애 매체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이 1위로 꼽혀왔다. 쿡은 잡스와 달리 기업 경영자로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발언을 삼가지 않았다. 쿡은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넘어 수시로 미국 민권법과 마틴 루서 킹의 인권운동을 언급하며 각종 차별 철폐를 말해왔다. 애플의 로고가 디지털 세상의 혁신 아이콘을 넘어 차별 반대 기업의 상징까지 될지 관심거리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